[제천=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축구대회인 '2022년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 K리그 유니파이드컵'(이하 유니파이드컵)에선 파트너 선수(비장애인)의 연속 득점을 인정하지 않는 로컬룰을 뒀다. 파트너 선수가 먼저 득점할 경우 다음 득점은 반드시 스페셜 선수(발달장애인)가 해야 한다는 규칙이다. 스페셜 선수는 자유롭게 연속 득점이 가능하다.
전 세계 어느 축구대회에서도 볼 수 없는 룰이 유니파이드컵에 적용되는 이유는 '통합'에서 찾을 수 있다. 유니파이드(unified)가 '통합'이란 뜻으로, 유니파이드컵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고, 발달장애인의 스포츠를 통한 사회 적응과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에 도움을 주려는 취지'에서 지난해 출범했다.
지난 9일, 제2회 유니파이드컵 2차리그가 열린 충북 제천시 제천축구센터에서 만난 SOK 이용훈 회장은 "(이 대회는)장애인 체육 단체와 프로 단체간의 최초의 협업으로 알고 있다. 두 단체가 함께 일하는 첫 번째 사례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사회적 모델을 만들고 싶었다"며 "2년차가 되면서 대회가 활성화되고 스페셜 선수(발달장애인)들의 실력이 성장한 것을 느낀다. 무엇보다 사회에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K리그와 함께하는 통합축구 자체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준다"고 말했다.
이번 제2회 대회에는 초대 대회 대비 2개팀이 늘어난 총 10개팀이 참가했다. 경남(창원아드미), 대전(펀펀클럽), 부산(부산다이나믹FC), 부천(복사골FC), 서울이랜드(해치서울FC), 성남(코오롱성남FC), 인천(다지기FC), 전북(무호FC), 제주(서귀포장애인체육회), 포항(바이오파크) 등이다. 이들은 프로팀과 똑같이 엠블럼이 달린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포항 통합팀 소속의 부주장 이호범은 "구단에 먹칠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프로팀 부천FC 홍보마케팅팀의 박종수 팀장과 곽동엽 사원은 파트너 선수 자격으로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축구 매니아를 자처한 곽 사원은 "처음엔 고민이 있었지만, 같이 훈련한 지 이틀째 (스페셜)선수들이 날 알아보더라. 오히려 편하게 훈련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팀별로 최대 25명(발달장애인 10명, 파트너 10명, 코칭스태프 5명)으로 선수단을 꾸렸다. 발달장애인 6명, 파트너 5명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려 전후반 20분씩 경기했다. 스페셜 선수와 파트너 선수는 완장으로 구분했다.
대회는 지난 8월 1차리그를 거쳐 7~9일 2차리그를 치러 첫 번째 승리팀을 가렸다. 유니파이드컵은 이처럼 우승, 준우승, 3위라는 표현 대신 '첫 번째 승리자', '두 번째 승리자' 등으로 구분한 게 특징이다. '우리 모두가 승리자'란 의미다.
A조 첫 번째 승리팀인 이랜드와 B조 첫 번째 승리팀인 경남은 오는 11월 전주에서 열릴 '2022년 K리그 국제 통합축구 클럽컵' 참가 자격을 얻었다. 클럽컵에는 이랜드 경남과 전북이 개최지 자격으로 국내 대표로 참가해 발렌시아(스페인) 등 해외 3개팀과 경기를 펼친다. 이랜드와 경남 선수들은 K리그1 연말 시상식에도 초대된다.
K리그 레전드 자격으로 현장을 찾은 이상윤 해설위원은 "통합축구라는 개념 자체가 신선하다고 느꼈다. 어제 '현대가더비' 못지 않은 열정이 느껴졌다"고 밝혔다.
아이돌 그룹 아이즈원을 좋아해 선수단 앞에서 아이즈원 댄스를 췄다는 경남 소속 스페셜 선수인 박호준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참여했다. 지금은 실력이 많이 늘었다. 클럽컵에 참여하게 된다면 안 다치고 열심히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천=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