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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대호의 소원, 신동빈 구단주 마음에 닿기를…마지막까지 '롯데 바라기' [SC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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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강)민호나 (손)아섭이는 부산에 뼈를 묻었어야 했는데…"

짧은 탄식. 은퇴 기념 인터뷰에 임하던 이대호(40)의 진심이 묻어난 순간. 팀의 미래를 위한 투자에 대한 아쉬움. 떠나는 이대호는 신동빈 구단주(롯데그룹 회장)에게 호소했다.

2001년 데뷔 이래 고향 부산에 17년을 바친 부산의 심장.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맹활약한 '조선의 4번타자'. 하지만 정작 KBO리그에선 한국시리즈 무대조차 밟지 못한 남자.

지난 8일 은퇴식을 앞둔 이대호는 강민호(삼성 라이온즈)를 '내 동생', '내 뒤를 이을줄 알았던 선수'라고 했다. '악바리' 손아섭(NC 다이노스)도 마찬가지. 강민호는 14년, 손아섭은 15년간 롯데에서 뛴 뒤 팀을 옮겼다. 롯데에서 더 뛰었다면 최동원과 이대호의 뒤를 잇는 3호 영구결번 후보들이었다.

강민호와 손아섭 역시 이대호를 생각하는 마음은 매한가지다. 강민호는 방송 인터뷰에서 "(이)대호 형 덕분에 좋은 선수가 됐다. 힘들 때 많이 의지하고,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떠나는 이대호의 눈에는 롯데의 기둥이자 보석이었던 두 선수의 빈 자리가 유독 컸다. 이대호는 "제일 힘든 시절, 팬들이 '비밀번호'라 부르던 암흑기 시절부터 동고동락하며 이 자리까지 왔는데…롯데에서 잘하는 선수들이 더 이상 다른 팀으로 가지 않길 바란다"는 절실한 속내를 전했다. 구단과 그룹이 투자로 핵심선수를 잡아달라는 이야기였다.

이대호는 자신의 찬란한 야구인생에 대한 점수도 '50점'밖에 주지 않았다. 그는 "개인적으론 만족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자이언츠에 결국 우승을 선물하지 못했다. 죄인이 된 기분이다. 후배들에게 짐을 맡기고 도망가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은퇴식에선 직접 작성한 고별사로 작별했다. 그는 "팬분들의 절대적인 믿음을 받았지만, 결국 여러분들이 꿈꾸고 바랐던 우승을 결국 이뤄드리지 못했다. 내가 가장 부족했다"며 오열했다.

'메이저리거' 추신수 김광현을 잇따라 품에 안은 SSG 랜더스는 올해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며 이대호가 그토록 바라던 한국시리즈 무대에 직행했다. 정용진 구단의 투자의지의 결과다. LG 트윈스(박해민) KT 위즈(박병호) KIA 타이거즈(나성범 양현종) 역시 영입 효과를 제대로 봤다. 마지막까지 가을야구 경쟁을 벌인 NC 또한 FA 박건우 손아섭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반면 롯데는 레전드의 은퇴시즌에도 가을야구를 놓치며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이제 내년에는 이대호마저 없다. 자칫 구도(球都) 부산의 야구 열기가 사그라들지도 모를 위기. 모그룹의 적극적인 투자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다른 누구보다 이대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앞으로 (구단을)더 과감하게 지원해주십시오. 특히 성장하는 후배 선수들이 팀을 떠나지 않을 수 있도록, 잘 보살펴주길 바랍니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강해지는 롯데로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신동빈 회장님, 그간 너무 감사했습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신동빈 구단주는 이날 현장을 찾아 그간 이대호의 공헌에 감사를 표하는 한편, 은퇴 기념 선물까지 전달했다. 신 회장의 현장 방문은 올겨울 적극적인 투자를 향한 긍정신호로 풀이된다. '롯데팬'으로 돌아간 이대호의 마지막 당부는 큰 울림이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