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12시즌 만에 KPGA(한국프로골프) 코리안투어 첫 승을 거둔 김영수(33)는 감격을 숨기지 않았다.
김영수는 9일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 어반, 링크스 코스(파72, 7438야드)에서 펼쳐진 제네시스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 우승상금 3억원)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2개로 3언더파 69타를 쳤다. 이로써 김영수는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로 함정우(5언더파 283타)를 1타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2009년 KPGA 투어 프로 자격을 얻고, 2011년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김영수는 12시즌, 82번째 대회 만에 첫 승의 영예를 안았다. 또한 이 우승으로 PGA(미국프로골프)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과 PGA투어-DP월드투어(유러피언 투어) 공동 주관 대회인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PGA투어 더 CJ컵의 참가 자격도 얻었다.
데뷔 후 지난해까지 톱10 피니시가 9번에 그쳤던 김영수는 올해만 5차례 10위권 안에 들었지만, 유독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후반 라운드에서 뛰어난 샷 감각을 유지하면서 결국 리더보드 최상단에 올랐다. 특히 최종 라운드에선 후반 홀 잇단 위기를 잘 극복하면서 타수를 지켰다. 18번홀(파5) 파 퍼트를 성공시킨 김영수는 주먹을 불끈 쥐며 감격스런 표정을 지었다.
김영수는 "첫 우승을 이렇게 멋진 대회에서 할 수 있어 너무 좋다. 궂은 날씨 속에 힘겨운 상황 속에서 매 홀 버티며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이어 "너무 멋지고 많은 특전을 주신 제네시스에 감사드린다"며 "어릴 때부터 PGA투어를 꿈꿨는데 어느 순간 희미해진 것 같다. 언젠간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참가 기회를 얻게 돼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또 "우승은 나 혼자만의 힘으로 이룬 게 아니다. 곁에서 함께 고생한 캐디에게 트로피가 주어져 뿌듯하다"고 말했다.
2007년 아마추어 대회 우승 이후 15년 만에 리더보드 최상단에 선 김영수는 "프로 데뷔 당시엔 주변에서 기대감이 컸고, 나도 내심 자신이 있었다. 전역 후엔 허리가 많이 안 좋아서 침대에서 일어서지도 못할 정도였다. 골프를 관두려는 생각도 했었다. 돌이켜보면 그땐 골프 선수가 너무 하고 싶었다"며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내 생각보다 빨리 우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종라운드 전반 홀에서 버디 3개를 잡았던 김영수는 후반에 잇달아 위기를 맞으면서도 침착하게 타수를 지키면서 결국 우승에 닿았다. 김영수는 "보기를 안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 혼자만 힘들게 경기를 치른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침착하게 이겨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코스가 샷이 잘 맞는다고 해서 우승할 수 있는 곳은 아니라고 본다. 사실 컨디션이 엄청 좋은 편도 아니었다"며 "오늘도 1번홀에서 위기가 있었는데, 파 세이브를 한 뒤 '이런 느낌으로 풀어가면 찬스가 오겠다'고 생각했다. 후반에도 리더보드를 안보려 했는데 17번홀로 가다가 보이더라(웃음). 17번홀을 보기로 잘 마무리하면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했다.
이번 대회 우승 후 김영수는 캐디와 특별한 인연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군대에서 후임병으로 만난 사이다. 고향이 같은데 해외에서 유학했던 선수라 원래 알던 사이는 아니었다. 전역 후 연락을 하면서 지냈는데, 미국으로 가려던 걸 내가 말렸다.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해보라'고 했는데 이후 호흡을 잘 맞춰왔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전까지 전지훈련 때마다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을 갤러리로 지켜봤다.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자에게 혜택이 있었던 것도 알고 있었다. 대회를 지켜보면서 '잘 하면 나도 이 자리에 참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캐디와 함께 '꼭 같이 오자'는 이야기도 했는데, 기회를 잡게 된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인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