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벤투호 황태자 황인범(26·올림피아코스)의 대표 스킬은 '적응력'인 것 같다. 캐나다 밴쿠버(밴쿠버 화이트캡스), 러시아 카잔(루빈 카잔), 대한민국 서울(FC서울), 그리스 페이라이오스(올림피아코스)는 지난 3년간 황인범이 거쳐갔거나 현재 머무르는 도시다. 환경과 문화가 다른 이곳에서 황인범은 신기할 정도로 잘 녹아들었다. 인터뷰가 가능할 정도의 영어 실력은 적응을 위한 노력의 흔적이다.
경기장 위에서의 '팔색조' 활약은 황인범의 적응을 돕는 주요 인자다. 황인범은 공격형 미드필더, 박스-투-박스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를 가리지 않았다. 소속팀 감독의 주문에 맞는 플레이를 펼쳤다. 공격이 필요할 땐 10번 자리까지 올라가 골에 관여했고, 빌드업이 필요할 땐 포백 부근까지 내려와 공을 운반했다.
밴쿠버, 카잔 시절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다재다능함으로 올림피아코스도 매료시켰다. 카를로스 코르베란 전 감독이 부임한 직후에는 중용받지 못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훈련장에서의 성실함과 남다른 실력으로 코르베란 감독의 마음도 사라잡았다고 한다. 8월 18일 리마솔과의 유로파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터뜨린 데뷔골로 빠르게 '팬심'도 훔쳤다.
올림피아코스는 황인범이 입단한 이후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두 명의 사령탑, 페드로 마르틴스 전 감독과 코르베란 전 감독이 경질했다. 선수단에도 큰 변화를 줬다. 마르셀로, 하메스 로드리게스, 셰드릭 바캄부와 같이 빅리그를 경험한 세계적인 베테랑 선수들을 끌어모았다. 일정한 조직력을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다.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도 황인범은 꿋꿋이 살아남았다. 미첼 신임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2일 아트로미토스와의 그리스 슈퍼리그 6라운드에서 기존과 다른 4-4-2 포메이션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롤을 맡아 팀의 2대0 승리를 뒷받침했다. 빌드업 상황에서 전방의 공격수들에게 찔러주는 패스를 수차례 선보였고, 후반 45분 교체돼 나올 때 팬들의 기립박수까지 받았다.
그리스 매체 '스포타임'은 3일 "황인범은 지금까지 6경기에서 1도움을 기록했지만, 그의 진정한 영향력은 숫자로 표시할 수 없다. 공의 유무와 상관없는 그의 움직임은 동료들의 플레이를 더 쉽게 만든다"고 호평했다.
이날 경기에는 콜롬비아 대표 플레이메이커인 하메스가 부상으로 결장했다. 10번 유형인 하메스의 투입 여부에 따라 전체적인 포메이션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아트로미토스전 활약으로 부상이 아니라면 감독이 뺄 수 없는 입지를 구축했다. 현지에선 6일 카라바흐와의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3차전 예상 선발 라인업에도 황인범의 이름을 올리고 있다.
팀동료인 황의조의 경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 포지션 경쟁자라고 볼 수 있는 바캄부가 아트로미토스전에서 멀티골 활약을 펼쳤다. 놓친 찬스가 더 많지만, 기록지에는 두 골이 새겨졌다. 올해 여름에 올림피아코스로 한 시즌 임대 온 황의조는 4경기에 출전해 아직 골맛을 보지 못했다. A매치 카메룬전서 허리를 다친 상태로 그리스로 돌아간 만큼 부상 회복이 먼저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