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그래도 변한 것은 없다.
LA 에인절스가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각) 오타니 쇼헤이와 3000만달러에 내년 재계약에 합의했다고 발표하자 MLB.com은 '1년 계약을 했다고 해서 내년 이후 오타니와 에인절스의 미래와 관련해 바뀐 것은 없다. 원래 에인절스가 컨트롤할 수 있는 기간이 내년까지다. 평소보다 일찍 연봉조정을 피했을 뿐'이라며 '또한 에인절스가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이번 오프시즌 오타니를 트레이드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진 것도 아니다'고 했다.
오타니는 내년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다. 현재로선 FA 시장에 나갈 공산이 매우 크다. 2014년 지구 우승 이후 올해까지 8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실패한 에인절스가 그와 연장계약할 이유도 명분도 없기 때문이다. 오타니는 작년부터 "이기는 것은 내 미래의 거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해 왔다.
다시 말해 에인절스에서는 우승 희망을 갖기 어렵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FA 시장에서 자신을 제대로 대우해 주는 '강팀'과 계약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변수가 있다. 지난 여름 아트 모레노 에인절스 구단주가 구단 매각을 공식화한 뒤 현재 물밑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단 매각 절차는 몇 개월 또는 1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어 현재로선 오타니의 운명을 점치기는 어렵다.
적어도 에인절스는 이번에 오타니와 미리 재계약을 완료해 올겨울 그를 트레이드할 생각이 없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USA투데이 밥 나이팅게일 기자는 '에인절스는 이번 겨울 나아가 내년까지 오타니를 내보낼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새 구단주가 '제로 베이스', 즉 리빌딩을 운영 기조로 삼는다면 오타니 트레이드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에인절스는 내년 마이크 트라웃과 앤서니 렌던, 오타니 3명의 합계 연봉만 1억300만달러에 이른다. 리빌딩의 기본은 페이롤 삭감인데, 거물급 선수 1~2명 정도는 트레이드해야 한다. 그 1순위가 FA를 앞둔 오타니가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우승 갈증이 커진 오타니 스스로 내년에도 팀이 우승에 도전할 만한 팀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는 오타니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
따라서 구단주 교체 시기는 오타니의 거취에 아주 중요한 변수다. 새 구단주가 언제 오느냐에 따라 연장계약 혹은 트레이드 가능성이 달라진다. 2000년 1월 보스턴 레드삭스 무키 베츠가 연봉조정을 피해 2700만달러에 재계약한 직후 LA 다저스로 트레이드된 뒤 그해 7월 12년 3억6500만달러에 연장계약을 한 예가 있다.
만일 새 구단주가 트레이드 방침을 세워놓는다면 그 시기는 내년 여름이 유력하다. 지난 8월 초 워싱턴 내셔널스는 후안 소토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팔면서 유망주들을 대거 받았다. 오타니의 트레이드 가치는 소토 이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소토 트레이드 때보다 더 시끄러워진다고 보면 된다.
현재로선 오타니가 내년 시즌 끝까지 에인절스와 함께 할 지는 알 수 없으나, FA 시장에 나오는 건 확실해 보인다. 그의 FA 몸값은 내년 연봉이 3000만달러로 정해지면서 천정지부로 치솟을 공산이 더 커졌다. 투타 겸업 선수의 FA 계약은 사례가 없기 때문에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
오타니 에이전트인 CAA의 네즈 발레로는 이날 내년 재계약 후 "만족스러운 계약이다. 오타니는 그럴 자격이 있다"고 했다. 트레이드든 연장 계약이든 '칼자루'는 오타니가 쥐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