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다. 김동관 부회장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부회장으로 승진, 차기 경영 후계가 사실상 굳어진 가운데 진행된 첫 대규모 인수합병(M&A)이다. M&A의 성패 여부가 김 부회장의 그룹 내 영량력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김 부회장은 방위산업과 친환경에너지 사업을 모두 이끌고 있다. 한화는 방위산업과 친환경에너지(태양광)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위한 투자라는 점을 강조, 미래사업 경쟁력 확대를 위한 청사진도 제시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 M&A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밀실 계약이라며 반발하고 있고, 경기둔화에 따른 대내외 리스크 해결 등은 풀어야 할 숙제다.
▶인수 대금 2조원, "사회적 책임과 역할 할 것"
28일 한화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산업은행과 지난 26일 2조원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 투자합의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앞으로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49.3%의 경영권 지분을 확보, 최대주주가 된다. 유상증자 참여 한화 계열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원), 한화시스템(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1000억원) 등이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산은의 지분은 55.7%에서 28.2%로 감소, 2대 주주로 밀려난다.
한화는 "그룹의 핵심역량을 글로벌 톱-티어인 대우조선의 설계·생산 능력과 결합해 회사의 조기 흑자전환은 물론, 방산과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 '글로벌 메이저'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에 연구개발(R&D) 투자로 미래 방산기술 확보, 에너지의 '생산-운송-발전' 밸류체인 구축 등의 청사진도 제시했다. 국가 기간 산업에 대한 투자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사업보국 정신이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경영권 매수 금액이 2조원으로 2008년 추진 당시 6조원에 비해 3분의 1로 줄어든 데 따른 헐값 매각, 특혜 지적 등을 의식한 듯 보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M&A는 스토킹호스 형태로 진행된다. 인수의향자와 조건부 투자계약을 맺은 상태에서 공개입찰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응찰자가 없으면 인수의향자에게 우선매수권이 돌아간다. 10월 17일까지 입찰 의향서를 접수한 뒤 최대 6주간 상세 실사 작업을 벌이고 경쟁입찰을 통해 최종 투자자를 선정하는 형태다. 최종 인수자는 11월 중 본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은 한화 외 다른 기업이 공개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업이 아닌 산은 및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한화는 특수선 부문만 인수하려고 했지만 산은이 '통매각' 방침을 고수했고, 한화도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단순한 기업 M&A 이상의 의미가 있다. 김승연 회장의 뒤를 이어 한화를 이끌게 될 김 부회장 체제 강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에 이어 지난달 진행된 사장단 인사에서 (주)한화 전략부문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그룹 주력사업인 친환경 에너지산업과 방산산업을 총괄하게 됐다는 얘기다.
2008년부터 김승연 회장이 눈독을 들이던 대우조선해양의 MA&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김 부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김 부회장은 태양광 등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김승연 회장의 경영후계자로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한화가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방산을 낙점한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 M&A 성패 여부가 그룹 총괄 경영을 위한 첫 시험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는 최근 그룹 내 흩어져있던 방산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밑으로 통합, 사업구조 개편을 진행 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군함, 잠수함 등 특수선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곳이다. 육해공을 아우르는 통합 방산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는 한화 입장에선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마지막 퍼즐인 셈이다.
▶최종 인수까지 가시밭길, 대내외 리스크 부각
한화의 대우조선해양의 최종 인수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내외 리스크가 많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노조의 반발부터 사업 인수 이후 연착륙과 시너지 강화 차원의 추가 자금 투입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한화의 인수 소식 이후 연일 '졸속 매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화를 향한 비난은 아니지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는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 매각을 서두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조선산업 경험이 없는 한화그룹이 조선소를 잘 운영할 수 있는지 우려부터 씻어야 한다"고 밝혔다.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면 파업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인수를 위해선 노조 설득 과정이 필요할 수 있다.
세계적 경기 둔화와 금리 급상승에 따른 인수 자금 마련, 대우조선해양의 낮은 제무건전성 등 대내외 상황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자산총액 12조224억원 중 부채가 10조4741억원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6600원 이상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M&A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고 해도 부실 늪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이끌어 내야한다. 인수 자금 외에 경영 정상화를 위한 추가 자금 확보가 필요한 만큼 한화 입장에선 차입 부담이 확대, 그룹 차원의 신용등급 하락 등 재무 건전성을 위협받을 가능성도 있다.
한화는 자금조달은 어렵지 않다는 입장이다. 6개 계열사가 투자에 동참하는 만큼 자금 확보 어려움은 없고, 필요에 따라 차입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M&A는 그룹의 사업적 시너지를 극대화와 동시에 국가 기간 산업에 대한 투자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