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먼 곳을 향하던 롯데 자이언츠의 시선이 바뀌고 있다. 궤도에 오른 유망주 육성의 흐름도 차츰 빨라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피지컬을 중시했다. 투타 가리지 않고 1m90을 넘는 거인들이 즐비했다. 투수는 150㎞를 상회하는 빠른 직구, 타자는 중장거리형 거포에 초점을 맞췄다. 안정감보다는 최고점의 높이를 중시하고, 지금 당장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선택이 이어졌다.
여기에 '피칭랩'으로 대표되는 과학적인 육성(프로세스)이 결합됐다. 좋은 잠재력을 지닌 선수들을 미국 드라이브라인 캠프에 유학보내고 그 훈련을 구단에 도입하는가 하면, 사직구장에 메이저리그에서나 볼법한 피칭랩을 만들어 투수는 물론 야수들의 자세 교정에도 활용했다.
롯데가 바뀌고 있다. 이미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했고, 올해까지 5년 연속이 유력하다. 결국 프로는 성적이다. 2000년대 중반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암흑기의 재림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샐러리캡 도입에 발맞춰 숨죽였던 시간은 지나고, 롯데는 올겨울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그간 뿌려놓은 씨앗들이 이제 수확을 앞두고 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지난 2~3년간 좋은 선수를 정말 많이 뽑았다. 매년 달라지는 롯데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팬들이 조금만 더 인내심을 발휘해주길 당부한 바 있다. 이는 곧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하다. 최준용 고승민 황성빈 이민석 조세진 한태양 등 1군에서 활약하는 젊은 선수들이 점점 늘고 있다. 롯데에 없었던 유형의 선수들이 팀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유망주의 선택과 육성 또한 너무 먼 미래보단 가까운 시기를 겨냥하고 있다. 2023 신인 드래프트는 그 시작을 알리는 이벤트였다.
그간 롯데가 보여준 성향에 걸맞는 1라운더는 거포이자 포수인 김범석이었다. 하지만 롯데는 장래성보다는 타고난 야구 센스가 돋보이는 김민석을 택했다. 정대선과 배인혁 역시 공을 맞추는 능력이 탁월하고, '야구를 알고 한다'는 평을 받는 선수들이다.
이진하를 비롯한 투수들도 강력한 직구보다는 안정된 커맨드에 초점을 맞췄다. 제구력이나 마인드를 장착시키는 것보다는 이를 강점으로 지닌 선수의 피지컬을 끌어올리고, 구위를 강화하는 쪽이 빠르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다년간 축적된 '프로세스' 경험에 대한 자신감이다.
롯데는 올 시즌을 끝으로 '레전드' 이대호를 떠나보낸다. 현재로선 오는 10월 8일로 예정된 은퇴식이 롯데 팬과 이대호의 마지막 만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예약된 '눈물바다'다.
2017년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뒤의 이대호는 과거와는 달랐다. 팀을 이끄는 선배보다는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멘토'를 자처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도 "한동희는 매년 겨울 나와 만나게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애프터서비스를 약속하기도 했다.
이대호가 없는 2023년, 롯데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해가 될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