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12년차 베테랑. 지금 대세로 떠오른 김윤식의 체인지업을 직접 전수해줬던 LG 투수들의 대들보.
하지만 선발 투수로는 낙제점이었고, 살아나기 위해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물어보기까지 했다. LG6 트윈스의 임찬규(30)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완급조절을 하기 시작한 것.
임찬규는 2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서 선발등판해 6이닝 동안 2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로 4대1 승리를 이끌며 시즌 6승째(10패)를 챙겼다. 최고 147㎞의 빠른 공과 체인지업 커브를 잘 섞었다. 슬라이더를 던지지 않은 것이 눈에 띈 대목.
그저 잘던진 경기가 아니었다. 그에겐 앞으로의 야구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는 등판이었다. 처음으로 직구의 완급조절을 한 것이다.
임찬규에게 완급조절은 없었다. 직구 구속이 140㎞ 초반에 그쳤을 때는 무조건 세게 던져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상대 타자에게 맞아 나갔다. 그러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구속이 140㎞대 후반으로 올라왔는데 성적은 오히려 그리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 부진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경헌호 코치와의 긴 대화에서 내린 결론은 처음부터 세게 던지다보니 힘이 일찍 떨어진다는 것. 임찬규는 "경헌호 코치님께서 '초반에 구속이 잘 나오는데 후반에 지친다는 것은 초반에 힘을 너무 많이 쓰는 것 아니냐'면서 완급조절을 해보자고 하셨다"면서 "중요할 때만 강하게 던지고 나머지는 편하게 던지면서 6회까지 힘을 비축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완급조절을 하기 위해 후배들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임찬규는 "구창모(NC)와 원태인(삼성)에게 어떻게 던지는지 물어봤다. 둘 다 좋은 공을 던지고 많은 이닝을 던지는 투수들이라 어떻게 던지는지 궁금했다"면서 "역시 둘 다 무조건 전력으로 던지지 않고 완급조절을 한다더라. 창모에게 많은 조언을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 완급조절을 했다. 5회 이후엔 세게 던졌는데 끝까지 힘이 있었다"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시즌 중반 구속까지 떨어지며 어려움을 겪었던 임찬규는 켈리와 캐치볼을 하면서 켈리의 중심이동을 배우며 구속을 다시 끌어 올릴 수 있었고 이번에는 완급조절을 통해 좀 더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임찬규는 "공이 좋은데 그날의 경기력에 의해서 부진했다면 똑같은 루틴을 가져가는게 맞는데 나는 구위나 제구나 안좋은 흐름이 계속된다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켈리에게서 중심이동을 배우고 최고 구속이 다시 나왔고 이번엔 완급조절을 했다. 앞으로 이렇게 내 야구를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다"라며 자신감을 되찾은 표정을 지었다. 대전=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