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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철저한 외면→실전감각 하락, '아쉬움 뚝뚝' 이강인 바르샤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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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53)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축구천재' 이강인(21·마요르카)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본선 무대에 데려갈 마음이 없다는 것을 9월 A매치를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낸 셈. 지난 2주는 "왜 벤투가 이강인을 활용하지 않을까"란 궁금증만 증폭된 시간이었다.

벤투 감독은 지난 23일 코스타리카전에 이어 지난 27일 카메룬과의 평가전에서도 이강인에게 단 1분의 출전시간도 부여하지 않았다. 세계 4대 리그라고 평가받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가장 '핫'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던 선수를 불러 벤치에만 앉혀둔다는 건 그야말로 여론을 신경썼다고밖에 볼 수 없다. 차출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안뽑자니 여론의 비난이 거셀 것 같아 일단 뽑고 보자는 식으로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벤투 감독은 끝까지 이강인을 기용하지 않은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지 못했다. 코스타리카전 이후에는 "구단에서 먼저 출전 기회를 받아야 한다"는 궤변을 늘어놓더니 카메룬전 이후에는 이강인에 대해 집중된 질문들이 불편했는지 불만을 드러내기도. 벤투 감독은 "팀 전체적인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왜 매 경기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매 경기 모든 선수를 출전시키긴 어렵다. 경기와 팀이 필요로 하는 것을 분석할 뿐이다. 9월 2경기 모두 이강인 선수가 출전하기는 좋은 경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이강인은 벤투 감독 덕분에 인내를 배운 시간이었다. 이강인은 "축구선수로서 당연히 경기를 뛰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아쉽다. 하지만 내가 선택할 수 없는 문제다. 소속 팀에 돌아가서 최고의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팬들의 응원은 받고 스페인으로 돌아가게 됐다. 카메룬전 후반 막판 벤투 감독이 마지막 교체카드로 백승호를 선택하자 약 6만 관중은 "이강인"을 연호했다. 이에 대해 이강인은 "선수로서 그렇게 응원을 해주시니까 너무 감사했다"면서 "소속팀에 가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강인의 실전감각은 분명 떨어질 수밖에 없다. 2주간 실전 경기를 치르지 않았기 때문. 무엇보다 마요르카의 다음 상대가 바르셀로나다. 다음달 2일 마요르카 안방으로 불러들인다. 이강인은 소속 팀 입지와 활약으로만 따져보면 선발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실전 감각이 떨어진 부분을 회복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씨가 손흥민이 독일 함부르크 시절 잦은 A대표팀 차출에도 불구하고 출전시간을 보장받지 못하자 당시 A대표팀을 이끌던 조광래 감독에게 화를 냈던 일화와 결이 같다. 당시 손씨는 아들 손흥민이 1군에서 주전으로 자리잡아야 하는 민감한 시기에 A대표팀에 불러놓고 쓰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현재 이강인이 처한 상황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손흥민은 그것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됐지만, 이강인은 벤투 감독이 A대표팀 지휘봉을 놓지 않는 이상 손흥민이 걸었던 가시밭길을 똑같이 밟아야 한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