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정빛 기자] 배우 한효주(35)에게 지난 19년은 차근차근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는 증거의 '개근상'이다.
한효주는 대중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던 배우다. 2004년 방송됐던 MBC 시트콤 '논스톱5'를 통해 연기를 시작한 그는 카메오로 등장해 고정 출연을 확정하며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후로도 '봄의 왈츠', '찬란한 유산', '동이'를 거치며 톱 여배우로 자리를 잡았고, 영화 '감시자들'과 '뷰티인사이드', '해어화' 등에서도 독보적인 분위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마음까지도 사로잡았다.
연기로만 외길 19년, 매해 한 작품 이상의 꾸준한 활동을 보여줬던 한효주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 청순한 외모로 첫사랑의 아이콘 같은 연기만 할 줄 알았던 한효주는 잔근육을 차근 차근 키워내더니 액션장르에서 그야말로 '날아다니는' 활약을 보여주며 여전사 이미지까지 꿰찼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였던 '해피니스'(한상운 극본, 안길호 연출)은 한효주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된 작품이었다. 첫사랑과 같은 이미지로 정이현(박형식)과의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액션으로는 좀비로 변해버린 이들과의 격렬한 몸싸움까지 벌였기 때문. 고난도 액션신 덕분에 '해피니스'의 '찐팬'들까지도 생성됐다.
한효주는 이 작품으로 지난 7월 19일 열렸던 제1회 청룡시리즈어워즈(BSA)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인기스타상을 손에 쥐며 대중들의 반응을 확실하게 실감했다. 당시 깜짝 놀라 무대 위로 뛰어 올라갔던 한효주는 "워낙에 유명하고 진짜 인기 많은 분들이 많은데, 내가 받아도 되는 걸까 생각하며 얼떨떨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연기로 벌써 19년을 살았다. 한효주는 "잠깐이었던 것 같은데, 벌써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눈 한 번 잠깐 감았다가 뜬 것 같은데, 오랜 시간을 연기하고 있다. 이렇게 긴 시간 연기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어쨌든 그 긴 시간 동안 저는 꾸준히 계속 작품을 선택하고, 쉬지않고 굉장히 열심히, 성실하게 달려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마 이 업계에 상이 있다면, 저는 개근상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매해 한 해도 쉬지 않고 달렸는데, 그렇게 제가 쉬지않고 작품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일에 있어서는 별로 후회나 미련이 남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이 든다. 원래 스스로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는 편은 아니지만, 요즘엔 '열심히 살았다. 너 잘했다'그렇게 칭찬해주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특히 현장에서 웃으며 일할 수 있는 것 역시 그동안 노력해온 한효주에 주어진 '선물'이었다.
한효주는 근래 다양한 방향으로의 활동 반경을 넓히는 중이다. 청순 여배우에서 액션으로 자신의 길을 넓혀나갔듯, 디즈니+(플러스) '무빙'에서는 고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엄마인 40대 역할부터, 20대인 요원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연기를 펼쳐 보일 예정이다. 한효주는 이런 변화에 대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 같다. 저도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고,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저는 제가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 좋고,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면서 그 나이에 맞는 캐릭터나 작품이 다양해지는 것도 좋다. 좋은 시기인 것 같다. 그리고 요즘 느끼는 건데, 연기를 할 때 카메라 앞에서의 제 모습이 어렸을 때보다 훨씬 솔직해진 것 같다. 이제야 비로소 아주 솔직한 얼굴들이 나오는 건가? 그래서 연기를 하는 모습이 화면 안에 담기는 저의 얼굴들이 저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훨씬 좋더라. 시청자 분들도 그렇게 느껴주시면 좋겠다"는 솔직한 생각도 밝혔다.
이미 19년, 배우로서 쌓을 수 있는 커리어는 확실하게 쌓아왔던 그다. 최고의 배우에게 주어진다는 연기대상까지도 거머쥐었던 그지만, 여전히 시작점에 놓여있다고 한다. 한효주는 "저 이제 시작이다. 다 쌓았다니. 이제서야 비로소 솔직해졌다. 저는 지금이 너무 즐겁고, 그래서 앞으로 만나게 될 캐릭터들도 너무 기대가 된다. 이제 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더 잘하고 싶다"며 "나이가 들수록 할 수 있는 직업군도 다양해지는 것 같고, 그래서 재미있다. 액션을 해보고 싶어서 그동안 액션에 계속 도전해왔지 않나. 미국 드라마인 '트레드스톤'도 찍었고 '해적'도 액션이 많았다. 액션이 많았으니 이제는 음악 영화 같은 것도 해보고 싶다. 생각하면 이뤄지니, 생각을 해보고 있겠다"며 "연락주세요"라는 귀여운 말도 덧붙였다.
한효주에게 배우는 '운명'이다. 많은 시청자, 관객들이 자신의 연기를 즐겁게 즐겨주는 것이 그의 유일한 바람. 한효주는 "처음엔 운명이라 생각을 못했는데 하면 할수록 천직인 것 같다. 왜냐면 진짜 너무 재미있다. 그 캐릭터를 연구하고 만들어내고, 촬영장에서 일어나는 과정들이나 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너무 소중하고, 진짜 재미있는 일이다. 이런 생각이 하면 할수록 드니 '나에게 맞는 직업인가?' 싶다"며 "배우로서 큰 욕심은 없지만, 어떤 작품이 만들어졌을 때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봐주시면 좋겠다. 그냥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뭘 하든 최선을 다해서 열시J 할테니, 그 작품을 즐겨주시면 좋겠다. 그 마음이 배우로서 바라는 점이다"라고 밝혔다.
한효주는 시청자, 관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달린다. 드라마로는 '무빙'의 공개를 앞두고 있고, 영화 '독전2'의 공개 역시 기대를 모은다. 무엇보다도 기대가 되는 것은 '비밀의 숲' 시리즈를 만든 이수현 작가와의 만남. '쉼 없이' 달리는 한효주는 또 '지배종'을 통해 돌아온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