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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앙할 누군가를 찾는다면 그건 푸홀스", 이런 절친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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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앨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불가능할 것 같았던 700홈런 고지에 깃발을 꽂았다.

푸홀스는 24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2번 1루수로 선발출전해 0-0이던 3회초 1사 1루서 상대 선발 앤드류 히니의 93마일 한가운데 직구를 잡아당겨 좌월 투런포로 연결한 뒤 4회에는 2사 1,2루서 바뀐 투수 필 빅포드의 80마일 몸쪽 슬라이더를 끌어당겨 좌월 스리런포를 꽂으며 통산 700홈런을 마크했다.

42세 베테랑의 괴력에 다저스타디움에 모인 5만41명의 팬들이 감탄을 쏟아냈다. 700홈런이 터지자 기립박수와 휴대폰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고, 축제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졌다.

그런데 푸홀스가 홈런을 가장 먼저 함께 기뻐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세인트루이스 선수나 관계자도 아니었고, 가족도 아니었다. 바로 같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애드리언 벨트레였다. 검은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다저스타디움을 찾은 그는 홈플레이트 뒷쪽 맨 앞에서 지인들과 경기를 관전했다.

푸홀스는 4회초 홈런을 치고 신이 난 표정으로 베이스를 돌았다. 3루코치의 환영을 받고 홈을 밟은 푸홀스는 주자로 있다가 먼저 들어온 브렌던 도노반의 손을 외면하고 백스톱으로 뛰어가더니 벨트레와 그물망을 사이에 두고 양팔을 들어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어 더그아웃 앞으로 달려가 그제서야 도노반, 폴 골드슈미트, 에드먼, 야디어 몰리나, 애덤 웨인트라이트 순으로 포옹을 나눈 뒤 다른 동료들의 축하를 받았다.

이 장면에 대해 ESPN은 '푸홀스는 홈플레이트를 밟자마자 백스톱으로 달려가 오랜 라이벌이자 가장 친한 친구인 애드리언 벨트레와 기쁨을 함께 했다'고 전했다.

MLB.com에 따르면 벨트레는 최근 세인트루이스가 LA에서 다저스와 경기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푸홀스에게 전화를 걸어 3연전 동안 경기장을 찾겠다고 했다. 벨트레는 푸홀스에게 "역사를 봤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고 한다.

벨트레는 MLB.com 인터뷰에서 "야구 얘기를 하는데 있어서 미국이든, 도미니카공화국이든, 추앙할 만한 누군가를 찾게 된다. 그 사람이 바로 앨버트 푸홀스"라며 "오늘 밤 이곳에서 그와 함께 하는 건 큰 영광이다. 푸홀스는 우리 야구 선수들 중 가장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며, 겸손하고, 열심히 하고, 엄청난 커리어를 쌓으면서 오늘과 같은 대기록도 세웠다. 너무 자랑스럽다"고 했다.

2살이 위인 벨트레 역시 푸홀스 못지 않은 전설적인 선수였다. 1998~2018년까지 다저스, 시애틀 매리너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통산 477홈런, 3166안타를 기록해 첫 자격이 주어지는 2024년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물론 푸홀스도 은퇴 후 5년이 지나면 자격 첫 해에 벨트레와 이름을 나란히 할 수 있다.

4년 전 벨트레가 텍사스, 푸홀스가 LA 에인절스에 각각 몸담고 있던 시절,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양팀간 경기에 앞서 푸홀스의 통산 3000안타 기념식에서 푸홀스가 시구를 할 때 공을 받아준 이가 바로 상대팀 벨트레였다. 둘 간의 우정을 잘 보여준 장면이었다.

둘은 고향이 도미니카공화국의 수도 산토도밍고로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알려져 있다. 벨트레는 "푸홀스는 모든 선수들이 닯고 싶어하는 선수다. 롤 모델을 찾는 어린 친구들도 그를 흠모한다. 내가 도미니칸이라는 것, 푸홀스를 내 친구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게 자랑스러울 뿐"이라고 감격해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