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마지막 힘을 짜내고 있다. 너무 힘들고, 쉬고 싶은 심정이다."
9개 구단의 홈구장을 순회한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40)의 은퇴투어가 대장정을 마쳤다.
이대호는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마지막 은퇴투어 행사를 가졌다.
공교롭게도 잠실에서 시작하고 끝나게 됐다(올스타전 제외). 지난 7월 28일 두산 베어스전으로 시작한 이래 56일만의 피날레다. 남은 것은 오는 10월 8일로 예정된 사직 홈구장에서의 은퇴식 뿐이다.
염원했던 '원정 사인회'도 마쳤다. 이대호는 자신의 기부 덕분에 수술을 받고 건강해진 팬도 있었다며 "선물도 좋지만, 팬들의 말씀에 눈물이 나고 뿌듯하다. 남은 9경기 잘 마무리하겠다. 팬들께 고맙다"고 했다.
이대호는 지난 은퇴투어 8경기(올스타전 제외)에서 타율 3할2푼4리(34타수 11안타) 2홈런 14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특히 8월 28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는 7회 역전 투런포, 2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9회초 역전 결승 만루홈런을 쏘아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대호는 "이제 방망이를 들 힘도 없다. 있는 힘을 다 짜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력하게 러브콜을 받은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출전 여부에 대해서는 "(시즌 끝나고)한 달 뒤에 열린다. 경기 감각이 떨어질 텐데"라며 "만약 출전하더라도 대타로 한번쯤 타석에 설까, 경기를 뛰진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인생 2막은 고민중이다. 이대호는 "20년간 돈 벌었으니 이제 좀 쉬고 싶다. 매시즌 전경기를 뛰는게 목표였다. 매년 130경기 이상 뛴 내가 생각해도 고생이었다"면서 "은퇴 후 그간 못 만났던 사람들도 만나고, 아빠이자 남편 노릇도 하고 싶다. 아이의 등하교도 책임지고, 아내 대신 집안 청소도 하겠다. 육아가 야구보다 힘들더라"는 속내도 전했다.
LG는 이날 이대호의 야구 방망이와 동일한 재질(하드 메이플우드)로 제작된 목각 기념패를 은퇴 선물로 준비했다. 기념패에는 이대호 응원가와 떼창이 내장됐다.
LG 선수단의 메시지와 사인이 롤링 페이퍼 형태로 담긴 대형 액자도 선물했다. 이대호는 자신의 사인 배트를 LG 구단에 전했다.
이대호의 은퇴투어는 2017년 이승엽 이후 역대 2번째로 KBO가 공식적으로 진행한 은퇴투어다. 9개 구단은 저마다의 의미를 담은 기념품으로 이대호의 은퇴를 축하하는 마음을 전한 바 있다.
잠실=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