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옥자연이 MBC 금토극 '빅마우스' 종영소감을 밝혔다.
'빅마우스'는 승률 10%의 생계형 변호사 박창호(이종석)가 우연히 맡게 된 살인사건에 휘말려 하루 아침에 희대의 천재 사기꾼 빅마우스가 되어 살아남기 위해, 가족을 지키기 위해 거대한 음모로 얼룩진 특권층의 민낯을 파헤쳐 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작품은 첫 방송부터 경쟁작 SBS '오늘의 웹툰'을 더블 스코어로 제압하더니 13.7%의 최종 스코어로 막을 내렸다. 이는 올해 방영된 지상파 드라마 중 최고 기록이다.
"드라마가 사랑을 많이 받아서 너무 감사하고 기쁘고 행복했다. 스틸 작가님이 사진을 인쇄해 주셔서 그걸 보니까 추억이 새록새록 하더라. 좋은 분들과 작업해서 힐링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행복하고 아쉽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모두 시청률 15%를 생각했었다. 시청률은 높을수록 좋지 않나. 첫 방송부터 안정적으로 시청률이 나와서 다들 너무 기뻤다. 유종의 미를 거둬서 다들 축하인사하고 그랬다."
'빅마우스'는 시청률 면에서도, 화제성 면에서도 성공을 거뒀지만 결말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렸다. 최종 빌런 최도하(김주헌)가 결국 시장선거에서 박창호(이종석)을 누르고 당선됐고, 고미호(임윤아)는 사망했다. 진실을 밝히려던 현주희(옥자연)는 최도하의 계략으로 정신병원에 갇혔다 간신히 풀려났고, 결국 박창호는 최도하를 살해했다. 강회장의 아들, 장혜진, 서재용 교수가 쓴 논문 등에 대한 이야기도 생략됐다. 이에 시청자들은 용두사미 결말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옥자연은 결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시청자 입장에서는 미호가 죽은 게 너무 슬펐고 참여한 사람 입장에서는 시즌2를 위해 이야기를 남겨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개인적으론 현주희가 마지막에 뭔가를 더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사실 '빅마우스'는 여성 캐릭터들이 소모적으로 사용됐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고미호는 사망했고, 빅마우스 후보로까지 점쳐졌던 현주희는 특별한 과정이나 사건도 없이 갑자기 마음을 바꿔 남편 최도하를 응징하는 캐릭터로 바뀌었다.
"사실 현주희는 충분히 뭔가 보여줄 게 더 있었던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쉽다. 예상했던 결말은 현주가 뭔가 시원하게 폭로하는 거였다. 하지만 인간적으로는 사랑하는 가족과 특권층의 기반을 포기할 수는 없었기에 어려웠을 거다. 창호에게 대포폰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일이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하는 생각을 하긴 했다. 그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원래 정신병원에 가고 끝나는 결말이었다는 거다. 수정본에서 풀려나 증언을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배우로서 행동보다 고뇌를 보여주는 과정도 나름 재미있었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분들이 보시기엔 '왜 저렇게 눈치가 없냐'며 답답해 하셨지만."
옥자연의 말대로 현주희는 보여지지 않는 딜레마와 서사를 많이 안고 있는 인물이었다. 자신이 가진 것들과 남편 최도하, 사회적 정의와 도덕심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할 수밖에 없었다. 최도하에 대한 굳건한 사랑을 배신당한 뒤 무력함과 좌절감을 느끼며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기도 했다. 이후로도 끊임없이 갈등과 딜레마를 겪다 결국 박창호에게 최도하의 대포폰을 보내 그를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김)주헌 오빠와 초반에 '최도하가 엄청 순수하고 아이 같은 면을 현주희 한테만 보여줬을 것'이라는 얘기를 했었다. 현주희는 어릴 때부터 워낙 힘있는 사람들의 권력싸움과 배신을 많이 봤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는데 최도하는 나를 이렇게 편하게 해줄 수 있고 말도 안되는 신뢰를 줄 수 있는 신기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처음엔 최도하가 나 때문에 강 회장(전국환)과 얽혀 이렇게 됐으니 내가 이 사람을 지켜줘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현주희는 자신이 최도하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한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잘못했다고 바로 끊어내기는 쉽지 않다. 그러다 결국 최도하가 강회장을 사랑했다는 것에 엄청난 배신감과 공포를 느꼈을 것 같다. 또 시장선거 유세 현장 같은 곳에서 시민들을 보며 죄책감을 느끼고 최도하를 이렇게 둬서는 안되겠다는 책임감도 느낀다. 이 두가지가 결국 현주희를 결심하게 만든 것 같다."
'빅마우스'는 진짜 빅마우스의 정체를 좆는 구성으로 흥미를 유발했지만, 무려 10회 분량을 그 과정에 쏟아붓다 보니 다른 캐릭터의 관계성과 서사를 구축하는데는 실패했다. 그런 상황에서 최도하의 절대적인 편인 현주희가 결국 그를 저버리는 결말에 개연성을 부과하는 것은 오롯이 배우의 몫이었다. 절대 쉽지만은 않았던 작업인 셈이다.
"내 입장에서는 도하와의 사랑이 부각될수록 이롭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야 알면서도 모른척 하는 현주희의 행동에 정당성이 생길텐데 그런 신이 많지 않았다. 그래도 주헌 오빠와 워낙 친하고 의지했기 때문에 시너지가 났던 것 같다. 굉장히 확신이 있어보이지만 끊임없이 진동하는 인물이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고 어떻게 하면 신뢰를 드릴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했다. 나는 주희가 가여웠다. 혼자 위태위태하게 많은 걸 감당해왔는데 자신을 버티고 있던 게 무너졌고 사랑하는 사람은 배신했다.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산 사람이라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옥자연은 현주희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면을 많이 봤다고 말한다. 차게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정도 많고, 엘리트이지만 헛똑똑이에 유리멘탈이고, 한번 사귀면 사람을 오래 사귀면서 헌신적인 사랑을 한다는 점이 비슷했다고. 그만큼 캐릭터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데, '빅마우스' 시즌2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처음부터 작가님이 창호도 선하기만한 인물이 아니고 악으로 물들어가는 만큼 선한 사람의 승리가 아니라 결국 현 세태를 보여주는 권력싸움이라고 하셨다. 이야기를 마무리짓지 않고 더 풀어나갈 여지가 있을 거라는 말씀을 하셨다. 사실 최종 빌런 최도하는 처리됐지만 빌런은 워낙 많기 때문에 시즌2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청춘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