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지금이라도 넣어서…."
'대구FC의 맏형' 이근호(37)가 드디어 1호골을 폭발했다. 그는 지난 18일 FC서울과의 홈경기에서 팀의 3대0 승리에 쐐기를 꽂는 득점을 기록했다. 이근호의 올 시즌 1호 득점이었다. 경기 뒤 이근호는 "(황)재원이가 어려운 상황에서 좋은 크로스를 보내줬다. 올라오는 순간 '이건 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 골키퍼에 막혀서 당황했었다. 그래도 마지막에 잘 들어갔다"고 말했다.
대구의 상황은 좋지 않다. '하나원큐 K리그1 2022' 정규리그 33경기에서 7승14무12패(승점 35)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대구는 감독과 주장단 모두 교체했다. 최원권 감독대행이 팀을 이끌고 있다. 이근호도 부주장을 맡아 동생들을 이끌게 됐다. 그럼에도 대구는 2018년 이후 4년 만에 파이널B 무대로 추락했다. 10위 김천 상무, 11위 수원 삼성(이상 승점 34)과의 격차는 불과 1점이다. 사실상 강등권이다. 팬들이 현 상황에 분노의 목소리를 냈을 정도다.
이근호는 "(팬들의 분노)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좋을 때나, 그렇지 못할 때나 묵묵히 응원해주시는 감사한 분들이다. 다 우리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한 것으로 생각한다. 언제나 진심어린 응원을 해주신다. 큰 힘이 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를 악문 이근호는 집념으로 1호 득점을 완성했다. 그는 황재원이 오른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했다. 하지만 상대 골키퍼를 맞고 튕겨 나왔다. 이근호는 리바운드된 볼을 잡아 기어코 득점으로 완성했다. 그의 집념에 팬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팀은 3대0으로 승리했다.
그는 득점 직후 후배들과 팬들 앞으로 가서 기쁨을 나눴다. 막판에는 축구공을 유니폼 안에 넣고 '베이비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그는 "몇몇 선수들이 임신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세리머니를 할 때 (장)성원이가 기특하게 볼을 챙겨다 줬다. 아주 짧게 세리머니를 했다"고 쑥스러운 듯 웃었다.
대구는 2주간의 A매치 휴식기 뒤 파이널 라운드에 돌입한다. 생존을 위한 물러설 수 없는 경쟁이다. 그는 "올 시즌 첫 득점이었다. 잘 안 들어갔다. 지금이라도 넣어서 다행이다. 아직 경기가 남았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