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특별한 마음으로…."
'캡틴' 손흥민(30·토트넘)에게 월드컵은 눈물이었다. 그는 첫 번째 월드컵이던 브라질 대회 직후 눈물을 쏟았다. 대한민국이 단 세 경기로 돌아선 것이 아쉬워 연신 눈물을 흘렸다. 당시 막 20대에 접어들었던 손흥민의 첫 번째 월드컵은 씁쓸하게 막을 내렸다. 손흥민은 4년 뒤 러시아에서도 울었다. 그는 조별리그 최종전 뒤에도 눈물을 펑펑 쏟았다. '최강' 독일을 2대0으로 잡고도 16강에 나서지 못한 아쉬움이었다.
손흥민은 어느덧 세 번째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 그라운드 위에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경험한 베테랑이다. 하지만 월드컵을 앞둔 두려움, 간절한 마음은 앞선 두 대회와 다를 것이 없다.
그는 20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월드컵이란 무대는 항상 두렵다. 우리보다 강한 상대와 만난다. 월드컵은 아무나 나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나는 월드컵을 두 번이나 뛰어봤지만 정말 많은 부담감 때문에 반대로 흘러가는 경우도 있었다. (팀에는) 어린 선수들도 있고, 해외리그를 경험하는 선수들도 있다. 월드컵에 가서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올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손흥민의 굳은 각오는 훈련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19일 오후 늦게 파주 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 합류했다. 시차적응도 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20일 오전 훈련부터 이를 악물고 달렸다. 그는 훈련 전 코칭스태프 및 동료들과 가볍게 대화를 나누며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훈련이 시작되자 동료들과 세세한 부분까지 호흡을 맞췄다. 손흥민은 84분 동안 진행된 공식 훈련 뒤 후배들과 별도로 프리킥 훈련을 하기도 했다. 그는 "잠을 너무 못 자서 어떻게 (훈련을) 진행했는지 모를 정도다. 컨디션 올리는 데 조금 더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대회 '한국의 주장'으로 나선다. 자신의 것만 하는 게 아니라 동료들도 살펴야 하는 위치다.
손흥민은 "지금까지 주장을 해왔지만 아직도 궁금하다. 내가 주장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선수들을 잘 이끌고 있는지. 나는 좋은 리더십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준 덕분에 우리가 이런 팀으로 잘 구성됐다.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내 역할인 것 같다. 나도 내가 해야 할 것이 있지만, 선수들 능력치를 최대한 뽑아낼 수 있도록 편하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제 손흥민은 코스타리카(23일·고양)-카메룬(27일·상암)과 A매치 2연전을 정조준한다. 카타르월드컵에 앞서 베스트 멤버로 치르는 모의고사다. 대한축구협회는 11월 한 차례 더 친선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하지만 이때는 유럽파 차출이 어렵다.
손흥민은 "(내게는) 이번 경기가 출정식이 될 수도 있다. (이전 월드컵 때) 출정식이 좋지 않게 흘러갔다. 그 출정식이 좋은 마음으로 월드컵에 갈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것 같다. 두 경기를 조금 더 특별하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출정식 같은 친선경기. 단순히 기분좋은 승리를 넘어 대국민 희망 메시지도 담았다. "하나가 된 모습을 보이고 싶다. 그래야 축구 팬들도 '아, 이 팀이 진짜 월드컵 나가서 잘 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보실 수 있다."
그러기 위해 "특별한 마음으로 준비하겠다"는 게 '캡틴' 손흥민의 각오다.
파주=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