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경기 외적 장애물도 넘었다.'
강원FC가 짜릿한 드라마를 또 연출했다. 18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펼쳐진 정규라운드 최종전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33라운드서 2대1로 승리하며 막판 뒤집기로 파이널A에 진출한 것이다.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에 이어 '극적 드라마 시즌2'다. 선수 구성에 큰 변화가 없었고, 2021시즌 강원의 행보를 떠올리면 이렇게까지 도약할 것이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기에 짜릿함은 더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2022시즌 최다 관중(3344명)의 송암스포츠타운은 그야말로 축제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이처럼 겉으로 보기에 환희만 가득한 것 같았던 강원의 정규라운드 최종전. 나무가 크면 그늘도 크다고, 환희에 가려진 말 못할 아픔도 많았다. 그 장애물을 이겨내고 연출한 드라마여서 더욱 값져 보였다.
강원 선수단은 보이지 않는 경기 외적 변수와 싸워야 했다. 18일 제주전 킥오프를 한 지 1분이 지났을 때, 골대 뒤 가변 응원석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강원 서포터들이 대형 걸개를 펼쳐보이며 기습 항의시위를 했다. 9개의 걸개에는 '우리는 한곳에 정착을 원한다', '날아간 도민들의 꿈', '축구전용구장 약속을 지켜라' 등 항의 문구가 담겨 있었다. 서포터스는 "전용구장 원해" 등 강원도의 행정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강원 팬들이 시위를 벌인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강원도는 지난 15일 도청 기자회견을 갖고 강원의 축구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발표를 했다. 강원도 재정으로는 감당할 여력이 없다며 전용구장 건립 계획 보류를 공식화한 것. 강원FC 전용구장은 지역의 오랜 염원이었다. 춘천시, 강릉시, 원주시 등 기초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전용구장 유치 활동을 펼쳐왔고 지난 지방선거 주요 공약이어서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그런데 강원도의 입장이 바뀌자 지역 축구팬과 시민단체 등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선수들도 웬만한 다른 시·도민구단도 갖고 있는 전용구장의 좋은 환경에서 뛰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
하필 중요한 정규 최종전을 앞두고 이런 발표가 났으니 선수들의 사기가 어땠을지는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원주시유치추진위는 성명을 통해 "강원FC를 응원하는 150만 도민을 무시하고, 선수단 사기를 저하시키는 전형적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렇게 선수들은 절체절명의 경기를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해야 했다.
어디 그뿐인가. 경기 중에는 강원의 열악한 운동환경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낯 부끄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홈팀 벤치 앞쪽 하프 그라운드의 잔디 상태가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었다. 군데군데 땜질 보수를 한 자국이 선명한 가운데 곳곳에 맨땅이 드러났고, 정교한 드리블을 하기 힘들 정도로 잔디가 부실했다. 선수들이 슬라이딩을 하거나 스프린트 동작을 취하기라도 하면 골프장 디봇처럼 잔디가 맥없이 떨어져 나가기 일쑤였다. 이런 상태에서 발목을 접지르거나 삐끗하면 치명적인 부상을 얻을 수 있는, 잔디는 선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보다 못한 선수들은 경기 도중 눈치 봐가며 피자 한 판 같은 뗏장을 주워다 다시 메우는 '1인2역'을 해야 했다. 하프타임엔 관리 직원들이 투입돼 긴급 땜질 작업을 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노출하기도 했다.
최용수 강원 감독은 파이널A를 확정한 뒤 "내가 강한 성격인데, 그래도 목표를 향해 묵묵히 참고 따라 준 선수들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어디 최 감독만 강원 선수들이 고맙고 대견하겠나. 외부 악재를 또 '묵묵히' 극복하고 강원 팬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안겨줬다. 열악한 도민구단 강원의 파이널A가 더욱 빛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