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은퇴를 앞둔 이대호를 막아설 새 이름이 등장했다. 1년 내내 이어진 타격왕 경쟁 구도를 송두리째 뒤집을 수도 있다.
NC 다이노스 박건우다. 박건우는 11일까지 타율 3할3푼9리(357타수 121안타)를 기록, 피렐라(3할4푼5리·삼성 라이온즈) 이대호(3할4푼·롯데 자이언츠)의 뒤를 이은 3위에 올랐다. 이정후(3할3푼9리·키움 히어로즈)를 제쳤다.
박건우는 지난 6월 한달 넘게 겪은 허벅지 부상에도 불구하고 시즌 내내 날카로운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부상 복귀 이후로도 3할4푼6리(188타수 65안타)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이 같은 상승세를 통해 1년 내내 계속된 피렐라-이대호-이정후의 3파전에 끼어든 것.
박건우로선 2017년 이후 5년만의 타격왕 도전이다. 당시 두산 소속이던 박건우는 3할6푼6리의 고타율을 기록했지만, 3할7푼의 김선빈에 가로막힌 바 있다. 6년 100억의 초대형 계약을 통해 NC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올해, 사령탑 교체와 자신의 부상 등 고난을 딛고 생애 첫 타격왕 정조준에 나섰다.
1년 내내 타격왕을 두고 자존심 싸움을 벌여온 세 선수도 쉽게 내줄리 없다. 타격왕 뿐만 아니라 최다안타 부문에서도 3~4개 차이를 유지하며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피렐라는 지난해보다 OPS(출루율+장타율)을 1.3 가까이 끌어올린 강렬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홈런 개수를 비슷하게 유지하면서 타율은 6푼 가까이 올랐고, 출루율과 장타율도 비례하듯 늘어났다.
하지만 종합적인 성적이 좋아도 타이틀의 무게감은 크다. 홈런 1위(박병호 33개) 역전이 사실상 어려운 만큼, 타격-최다안타(이상 1위)-타점(2위) 등의 타이틀은 내줄 수 없다는 각오다. 6월 극심한 슬럼프(월간 타율 2할1푼6리)를 겪고도 반등하며 위기를 버텨내는 강인함까지 갖췄다.
지난해 타격왕을 거머쥔 이정후는 2년 연속 타이틀에 도전하고 있다. 피렐라와 이대호가 시즌 도중 다소 부침을 겪은 반면 이정후는 7월(2할9푼)을 제외하면 1년 내내 월간 3할2푼 이상의 고타율을 유지하며 현재 KBO 최고 타자로 칭송받을 만한 자존감을 뽐내고 있다.
이대호는 은퇴 시즌에 유종의 미를 겨냥하고 있다. KBO 공식 은퇴투어를 소화중인 리빙 레던드가 마지막 시즌까지 불태우는 모습은 프로야구 전반의 귀감이 되고 있다.
4명의 타격왕 경쟁자 4명 중 현재 가을야구가 유력한 선수는 이정후 한 명 뿐이다. 다만 5위 KIA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다른 3명이 속한 NC 롯데 삼성의 진출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시즌 막판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동기부여가 될 전망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