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T 위즈는 비상상황이다. 피말리는 순위경쟁 중인데 4번 타자와 외국인 타자가 전력에서 빠져있다. 오른쪽 발목을 다친 박병호는 남은 정규시즌에 출전할 수 없다. 알포드는 지난 11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다가 왼쪽 엄지를 부상했다. 일주일 이상 출전이 불가능하다. 이강철 감독의 주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시즌 내내 주력선수 전체를 정상가동하지 못했다.
주축타자 두 명이 빠졌지만, 38세 베테랑 박경수가 있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팀 리더다운 활약으로 힘을 불어넣었다. 13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 7번-2루수로 출전해 중심타자같은 역할을 했다.
0-1로 끌려가던 3회초 첫 타석. 선두타자로 나선 박경수는 한화 선발 장민재를 상대로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1,2회 1~6번 타자가 범타로 물러난 상황에서 첫 출루였다.
희생번트로 2루까지 나간 박경수는 상대 수비실책 때 홈까지 파고들었다. 동점 득점을 했다. 2-1 역전의 기폭제가 됐다. 된 셈이다.
2-1로 앞선 5회초, 좌월 1점 홈런을 터트렸다. 이번에도 선두타자로 나서, 장민재가 던진 주무기 포크볼을 때려 홈런으로 연결했다. 풀카운트에서 한가운데 공을 놓치지 않았다.
지난 해 우승 주역인 박경수는 올 시즌에는 주력선수가 아니다. 주전선수 빈자리를 메우는 백업전력이다. 시즌 타율이 1할대 초반이고, 최근 10경기 타율은 1할이 안 된다. 8월 26일 SSG 랜더스전에서 시즌 2호 홈런을 친 후 첫 안타가 13일 한화전 홈런이다.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박경수는 달랐다.
경기 전에 만난 이강철 감독은 "박경수와 알포드의 공백이 아쉽지만 누군가 해줄 것이다"고 희망이 담긴 말을 툭 던졌다. 13일 경기에선 박경수와 3타점을 올린 배정대가 그 '누군가'였다.
주축선수가 빠져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팀이 강팀이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