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규, 15골까지 충분히 가능… 나도 도움 3개 더!"
'수원 삼성의 왼발 에이스' 이기제(31)가 공격포인트 추가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11일 '하나원큐 K리그1 2022' 31라운드 수원 삼성-인천 유나이티드의 '한가위 대전', 수원 삼성은 0-1로 뒤지던 스코어를 후반 3-1로 짜릿하게 뒤집었다. '영민한 센터백' 고명석이 멀티골을, '막내온탑' 오현규가 페널티킥 쐐기포를 터뜨렸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후반 추가시간, 인천에게 7분만에 2골을 내주며 3대3으로 비겼다. 스플릿리그까지 단 3경기를 남기고 홈 3연전에서 3연승을 다짐했던 수원 삼성이 다잡은 승점 3점을 놓치고 땅을 쳤다. 곱씹을수록 아쉬운 경기. 그러나 이날 경기의 수확 또한 또렷했다.
왼발의 이기제가 고명석의 멀티골을 이끌었다. 후반 분, 분 세트피스에서 머리 위로 정확히 배달된, 2개의 '택배 크로스'는 말 그대로 매직이었다. 첫 골과 두 번째 골이 복사해 붙인 듯 닮은꼴. 이기제는 리그 28경기에서 도움 11개로 김대원(강원. 30경기 11도움)과 나란히 도움 1위에 우뚝 섰다.
이기제의 '미친 왼발'은 위기에 강하다. 2016년 이후 K리그 6시즌 통산 22도움 중 절반인 11도움을 수원 삼성이 가장 힘들었던 올 시즌 기록했다.
수원 삼성이 리그 최소득점으로 허덕이며 강등권을 헤매던 7월 이후 이기제의 왼발은 불을 뿜었다. 7월 6일 대구전(1대1무) 이후 무려 9도움을 몰아쳤다. 8월 27일 강원전(2대3패), 8월 14일 성남전(4대1승) 9월 4일 서울전(3대1승), 11일 인천전(3대3무)에선 멀티도움을 기록했다. 세트피스에서 이기제의 왼발에 이은 헤더골은 알고도 못막는 수원 삼성의 절대적인 공격 루트다. 이기제의 왼발은 심지어 공평하기까지 하다. 11도움 중 시즌 초반 김건희, 사리치를 향했던 2개를 제외하곤 오현규, 안병준, 고명석에게 각 3개씩 골고루 나눠줬다.
이날 멀티 도움과 함께 '도움왕'에 등극했건만 이기제는 웃지 못했다. "도움 2개를 한 건 개인적으로 기쁘지만 팀이 끝까지 골을 지켰으면 더 기뻤을 것같다"고 했다.
'미친 왼발'의 비결은 예상한 대로였다. 이기제는 "오직 훈련이다. 크로스 연습 세트피스 연습을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크로스가 제 장점이니까 동료들에게 좀더 정확한 크로스를 전달하기 위해 남들보다 늘 더 훈련장에 오래 남아 연습을 한다"고 설명했다. "준비한 것만큼 경기에서 나오는 것같다. 훈련 때도 (고)명석이, (오)현규, (안)병준이형한테 (볼이) 잘 간다. 동료들이 서로 달라고들 한다"고 귀띔했다.
팀플레이어 이기제는 '도움 1위'보다 이날 무승부에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두 번 다시 저희가 이기고 있다가 이렇게 비기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드려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수원 삼성이라는 팀은 좀더 강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모두의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기고 있을 때 확실하게 지킬 수 있는 팀이 되겠다. 포항, 전북전에선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 잘 준비하겠다. 꼭 승리하고 싶다"는 굳은 다짐을 전했다.
이기제와 함께 이날 '2001년생 군필 유스' 오현규도 리그 10호골을 신고했다. 2019년 수원 유니폼을 입은 지 4년 만에 처음으로 두자릿수 골맛을 봤다. 이기제는 "(오)현규는 이대로만 쭉 간다면 15골까지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신뢰를 표했다. 수원 삼성의 가장 믿음직한 공격루트답게 '택배' 욕심도 감추지 않았다. "저도 남은 경기에서 3개만 더 올리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정규리그 2경기를 남겨두고 리그 9위 수원 삼성(승점 34)과 6위 강원FC(승점 42)의 승점 차는 8점. 파이널A행은 불가능해졌지만 남은 경기 팬들을 위해, 수원 삼성의 자존심을 걸고 '커리어하이' 도전을 이어간다.
수원 삼성은 14일 오후 7시 30분 안방에서 포항 스틸러스, 18일 오후 3시 전북 현대와 맞붙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