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일찌감치 홈런킹을 예약한 듯 보였던 KT 박병호(37). 그가 수상하다.
홈런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벌써 24경기 한달 동안 홈런을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넝쿨째 굴러온 복덩이를 향해 KT측은 "이미 쳐줘야 할 홈런은 다쳤다"고 하지만 선수 본인의 속내는 다르다. 시즌 32홈런에 한달 째 묶여 있다.
박병호의 마지막 홈런은 8월 첫 경기였던 8월3일 NC전에서 기록한 멀티홈런이었다.
홈런왕이 잠 자는 사이 조용한 추격이 시작됐다.
강력한 MVP 후보 삼성의 호세 피렐라(32)가 거리를 조금씩 좁히고 있다.
당초 사정권 한참 밖에 있던 피렐라는 박병호가 침묵하던 한달 간 6개의 홈런을 추가하며 선두 추격에 나섰다.
3일 잠실 두산전에서 1-0으로 앞선 3회초 천금 같은 투런홈런으로 4대1 승리를 이끌었다. 최원준의 슬라이더를 당겨 잠실구장 좌중간 펜스를 훌쩍 넘겼다. 비거리 125m짜리 장쾌한 시즌 24호 홈런.
박병호와의 홈런 격차. 여전히 8개로 크다.
남은 26경기에서 뒤집기란 쉽지 않다. 다만, 만에 하나 박병호가 최근 한달 같은 홈런 침묵이 시즌 끝까지 이어진다면 국면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산술적으로 피렐라는 올시즌 30개 정도 홈런을 날릴 수 있다. 하지만 최근 24경기에서 6홈런을 날린 8월 이후 페이스를 감안하면 또 다르다. 몰아치기를 통해 근접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와 달리 후반들어 더 강력해지고 있는 피렐라의 모습을 고려할 때 흥미로운 막판 경합이 이뤄질 수 있다.
다만, 최근 주춤하던 박병호가 이날 열린 광주 KIA전에서 5타수3안타로 8경기 만에 3안타 경기를 펼치며 부활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이 변수다. 안타가 늘면 자연스레 홈런도 터질 수 밖에 없다. 박병호는 이날 2타점을 추가, 타점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추가 홈런이 터지기 시작하면 추월은 힘들어진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