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김태형호'가 8년 만에 익숙하지 않은 자리에 앉았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에서 1대4로 패배했다. 두산(48승2무65패)은 삼성(50승2무66패)에게 8위 자리를 넘겨주면서 9위로 떨어졌다.
두산의 9위는 2014년 4월5일 이후 3073일만. 2015년 김태형 감독 부임 이후로는 처음이다.
김 감독이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후 두산은 꾸준하게 가을야구에 초대됐다. 가을야구 뿐 아니라 KBO리그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일궈냈다. 이 중 한국시리즈 우승이 세 차례, 통합우승이 두 차례였다.
좋은 성적 뒤에는 그림자도 있었다. 두산은 매년 마지막까지 야구를 하면서 다른 팀보다 한 달의 휴식이 부족했다. 누적된 피로는 부상으로 이어졌고, 결국 올 시즌 곳곳에서 부상자가 발생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순번이 뒤에 있는 만큼 다른 팀보다 잠재력이 높은 선수를 영입하기가 제한적이었다.
여기에 전성기를 이끈 선수들이 매년 FA 자격을 얻어 나온 만큼, 굵직한 선수 유출까지 꾸준하게 이어졌다.
결국 올 시즌 한계가 나오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운이 따르지 않았다. 지난해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단 외국인 아리엘 미란다가 부상과 부진이 이어지면서 3경기 평균자책점 8.22라는 초라한 성적은 남기고 방출됐다. 타석에서는 지난해 팀 홈런 1위를 기록했던 양석환이 옆구리 부상으로 초반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기존 마무리투수 김강률이 부상으로 빠졌고, 기대했던 필승조 전력 박치국도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정철원이 신인왕 페이스로 마운드에 힘이 되고 있지만, 더해진 전력보다 빠진 전력이 더 많은 두산으로서는 힘을 내기는 어려웠다.
후반기에도 반등이 요원했다. 김강률을 대신해 마무리투수로 나섰던 홍건희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기도 했고, 선발 자원이었던 곽 빈과 이영하까지 이탈했다.
무엇보다 팀 타선이 전반적으로 슬럼프에 빠졌다. 115경기를 치르는 동안 팀 타율이 2할4푼9리에 머무르면서 전체 9위에 그쳤다.
매년 후반기 남다른 집중력을 보여주면서 치고 올라갔던 두산이었지만, 8월 치른 21경기에서 7승14패로 승률이 3할이 채 되지 않았다.
3일까지 두산은 5위 KIA 타이거즈(58승1무58패)와 8.5경기 차를 기록하고 있다. 30경기도 남지 않은 시점. 두산 베어스가 8년 만에 낯선 가을이 찾아오기 시작했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