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농구 국가대표와 창원 LG세이커스 에이스들이 3대3 농구로 붙으면 누가 이길까.'
지난 27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3X3 농구 전용코트에선 흥미진진한 진검승부가 펼쳐졌다. 이름 하며 '믹스볼 데이'. 방송 중 우연히 접한 휠체어농구의 '범퍼카' 같은 매력에 푹 빠진 '스포츠홀릭' 차해리 아나운서가 혼자만 알기엔 아까워 직접 행사를 기획했다. 2년 전 장애인 선수, 예술인, 배우들을 위한 국내 첫 에이전시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를 차렸고, SBS 축구예능 '골 때리는 그녀'에서 맹활약중인 '열혈 체육인 CEO' 차 아나운서다운 도전이었다. 8월 늦여름밤, 장애 인식 개선 글로벌 캠페인 '위더 피프틴(WE the15, 세상의 15%가 장애인)'의 보랏빛 조명이 농구코트를 물들인 가운데 보랏빛 드레스코드에 맞춰 삼삼오오 모여든 200여 명의 장애-비장애인 스포츠 팬들의 짜릿한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 휠체어농구 대표팀 VS 창원LG 삼총사 '진검승부'
휠체어농구는 '장애인 스포츠의 꽃'이지만, 이미 많은 스포츠선진국에서 휠체어농구는 장애-비장애인이 함께 즐기는 종목이다. 국내에도 한체대, 용인대 등에서 비장애인 휠체어농구 10여 팀이 활동중이다. 3X3농구는 2020년 도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데 이어,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도 '3X3 휠체어농구' 도입을 검토중이다. '믹스볼데이' 경기 종목은 빠르고 역동적인 '3X3 휠체어농구'였다.
휠체어농구 OX 퀴즈로 워밍업을 한 후 시작된 휠체어농구 특별 이벤트 경기, 총 4개 팀이 참가했다. '프로농구 창원 LG세이커스' 이관희, 이승우, 한상혁, '휠체어농구 국가대표' 김상열, 이윤주, 조승현에 아나운서팀(차해리, 노윤주, 박지혜), 서울대 농구부(윤여균, 이정행, 김경인)가 가세했다. 첫 경기는 창원LG와 여자아나운서팀의 맞대결. 경기는 뜻밖에 팽팽했다. '핸디캡' 방식 덕분이다. 아나운서팀은 한 골에 3점, LG선수들은 1점. 휠체어농구 국대들로부터 특훈을 받은 '악바리' 아나운서팀의 몸 사리지 않는 휠체어 '보디체킹'에 LG선수들이 당황했다. 그러나 프로는 역시 프로였다. 종료 직전 'LG 캡틴' 이관희의 버저비터가 터지며 결승행에 성공했다.
휠체어농구 스타들과 창원LG 프로들의 결승 대결, "쉽지 않을 것. 점수 차가 많이 날 것"이라는 이관희의 예언이 적중했다. 휠체어를 처음 타봤다는 프로선수들이 휠체어를 조작하면서 앉은 채로 영점을 조준하기란 역부족. 반면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휠체어농구 국대들은 팬들의 응원을 날개 삼아 날아올랐다. 현란한 휠체어워크와 노룩패스에 이은 '백발백중' 슈팅이 림을 가를 때마다 팬들은 "와!" 탄성을 내질렀다. 휠체어농구를 처음 본다는 옆자리 LG세이커스 소녀팬들은 "와, 너무 신기해. 나, 입덕('팬이 됐다'는 뜻의 은어)했어!" "저 선수 대박!" 등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하프타임, 점수 차가 벌어지며 다급해진 창원LG의 SOS, 긴급 룰 변경을 요청했다. 휠체어농구 대표팀이 핸디캡 '6점'을 쿨하게 받아들이면서 비로소 스코어의 균형이 맞아들었다. 마지막 자유투 대결까지 이어지는 접전끝에 양팀은 사이좋은 무승부로 첫 대결을 마무리했다. 사실 승패는 애초에 중요치 않았다. 휠체어농구, 프로농구, 팬들이 보랏빛 휠체어 바퀴를 씽씽 굴리며 하나가 됐다.
이날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달리는 '믹스볼'의 뜻을 지지하는 '착한' 기업들의 후원 방식도 눈길을 끌었다. 장애인 누구나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추구하는 의류브랜드 삼성물산 '하티스트'가 후원에 나섰다. 오비맥주는 비알코올 맥주, CJ제일제당은 업사이클링 간식과 '비건'들을 위한 먹거리를 협찬했다. 'ESG 스포츠 페스티벌'이라는 수식어대로 대기업뿐 아니라 '작고 강한' 친환경 스타트업 기업들의 동행도 인상적이었다. 식품제조 부산물로 업사이클링 에너지바를 만드는 리하베스트, 친환경 종이팩 생수 브랜드 롬을 만드는 트위스티드제로, 폐플라스틱 뚜껑으로 업사이클링 팔찌를 만드는 월간뚜껑, 친환경 섬유로 니트백을 만드는 조셉앤스테이시, 휠체어바퀴 클리너 제조업헤 캥스터즈 등 소셜벤처들이 적극 참여했다.
▶"처음 해본 휠체어농구의 매력… 농구는 하나"
차해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방송에서 휠체어농구를 처음 해봤는데 모든 걸 떠나 일단 너무 재미있었다. 그 즐거움을 더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어 '믹스볼데이'를 기획했다"고 했다. "많이 즐겨주셔서 감사드린다. 앞으로 다양한 종목의 '믹스볼'을 추진하고 9월부터는 서울대에서 휠체어농구를 일주일에 한번씩 배울 수 있도록 '믹스볼 클럽'을 준비중"이라는 계획도 전했다.
춘천시청 소속 휠체어농구 국대들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시간이 됐다. '센터'다운 존재감을 과시한 김상열은 "정말 좋은 하루다. 농구하면서 이렇게 즐거운 날이 있었나 싶다"며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최고의 테크니션' 조승현과 이윤주 역시 소녀팬들의 밀려드는 사진촬영 요청에 환한 미소로 응답했다. '현란한 눈빛' 패스워크로 팬들을 사로잡은 조승현은 "휠체어농구의 매력을 알려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웃었다. "좋은 행사를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휠체어농구를 많이 응원하고 즐겨달라"고 당부했다. 이윤주 역시 "비장애인 프로선수들과 함께 정말 즐겁고 좋은 경험이었다"면서 "휠체어농구 리그도 찾아와주시고 더 많이 사랑해달라"고 말했다.
창원LG 삼총사는 난생 처음 접한 휠체어농구에 대한 '존중'과 '애정'을 표했다. 이들은 이날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연습경기가 끝나자마자 저녁식사도 거른 채 올림픽공원으로 달려왔다. '창원 아이돌' 이관희는 "일정이 빠듯해 못올 뻔 했는데 오길 정말 잘했다"며 웃었다. 참가 요청을 받은 후 직접 구단에 참가 의지를 표했다는 이관희는 "비시즌 때 의미 있는 행사에는 적극 참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휠체어농구 강국인 만큼 대표선수들을 꼭 한번 만나보고 경험해보고 싶었다"며 참가 동기를 전했다. "휠체어는 처음 타봤는데 두 발로 걸어다니며 하는 농구와는 완전히 다른, 전혀 새로운 종목"이라고 소개했다. "여자아나운서팀은 처음에 깔보고 시작했는데 두 시간 연습을 했다더니 역시 다르더라"고 했다. "제 장점이 3점슛인데 휠체어를 타고 움직임에 제약이 있다 보니 생각대로 안들어가더라"며 생생한 체험기를 전했다. "앞으로도 같은 운동선수로서 함께 많은 걸 나눌 수 있을 것같다. 서로 응원하는 사이가 되고 싶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이승우도 "뜻 깊은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다"면서 "앞으로 저희 LG세이커스도 많이 응원해주시고 휠체어농구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한상혁 역시 의미 있는 소감을 전했다. "비장애인 농구든, 휠체어농구든 농구는 그 자체로 너무 재미있고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은 것같다. 앞으로 휠체어농구에 관심이 더 많이 생길 것같다. 계속 응원하겠다."올림픽공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