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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안 그랬는데…" 폭발직전 영건 워~워, "저도 어렸을 때는…"[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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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예전에는 스스로 (마운드에) 잘 안 올라갔어요. 지금은 상황을 봐서 자기가 끊고 올라가더라고요. 게임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 게 아닌가 싶어요."

8월의 마지막 날, 잠실 NC전을 앞두고 LG 류지현 감독은 안방마님 유강남의 '진화'된 모습을 칭찬했다.

사령탑의 안목은 정확했다. 유강남은 8명의 투수가 투입돼 총력전으로 치러진 이날 경기를 적극적 움직임과 투수리드로 5대3 승리를 이끌었다.

결정적인 순간이 두차례 있었다.

3-2 한점 차 추격을 허용한 3회초 2사 1,3루.

8월 타율 4할3리, 6홈런, OPS 1.249로 돌아온 NC 4번타자 양의지가 타석에 섰다. 경기 초반이라 선뜻 거르기도 쉽지 않은 상황. 유강남이 타자 앞으로 나가 적극적으로 수비진에게 사인을 보냈다.

이민호에게는 4구 연속 패스트볼을 요구했다. 140㎞ 중반의 힘있는 공에 양의지의 배트 타이밍이 조금씩 늦었다. 8구까지 이어진 승부. 유강남은 마지막 2개의 공을 떨어지는 고속 슬라이더로 땅볼을 유도했다.

"승부를 안해도 되는 상황이었어요. (배트가) 늦는다고 생각해서 하이 패스트볼을 유도 했거든요. 거기서 민호의 주무기 슬라이더를 쓰면 배트 타이밍에 걸릴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커브를 썼는데 좋지 않아 패스트볼을 또 썼는데 이제는 보여줄 때라고 생각해서 슬라이더로 승부를 했어요. 저는 그 순간이 승부처였다고 생각해요."

최고 타자를 상대로 한 볼 배합의 승리. 짜릿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4-2로 앞선 4회초.

이민호가 선두 두 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무사 1,3루의 위태로운 상황.

유강남이 마운드에 올라 이민호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민호도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빠른 승부. 권희동을 2구 만에 얕은 우익수 뜬공으로 유도했다. 김주원에게 초구 슬라이더로 2루땅볼을 유도했다. 그 사이 3루주자가 홈을 밟았다.

이민호의 임무는 거기까지였다. 오영수 타석 때 좌완 최성훈으로 교체가 이뤄졌다. 유강남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한걸까.

"인상 쓰지 말고 뒤에 수비수들을 보라고 했어요. 너도 힘든 거 아는데 뒤에 수비수들은 더 힘들어 한다고, 맞춰서 잡으라고, 힘들겠지만 지금은 낮게 보는 것보다 조금 높게 보고 치라고 하는 게 조금 더 확률적으로 좋을 것 같다고 얘기했죠."

이십대 초반의 자신을 보는 듯한 이민호의 강한 승부욕. 자신도 비슷한 청춘이 뿜는 열정의 강을 건너온 터라 후배의 끓어오르는 마음을 잘 안다.

그럴 때일수록 차갑게 식혀주는 것이 바로 경험 많은 선배 포수의 역할.

"다 저만 보고 있잖아요. 제가 만약에 타격 결과가 안 좋았다고 해서 티를 내면 어떻게 되겠어요. 저도 어렸을 때 선배들한테 욕도 많이 먹고, 혼도 많이 났어요. 지금은 어떤 계기로 좀 내려 놓으니까 수비와 공격이 좀 나눠진 것 같아요."

류지현 감독도 유강남에 대해 "예전에는 실패한 부분에 대한 자책이 컸는데 지금은 실패 이전보다 다음 것을 생각하는 생각의 전환이 많이 바뀌었다"고 칭찬한다.

대망의 통산 1000경기 출전을 달성한 감회 어린 날. 1000경기 포수다운 원숙해진 모습을 마음껏 뽐냈다.

상무 전역 이후인 2015년 부터 8시즌 연속 100경기 이상씩 꾸준히 출전 중인 내구성도 예비 FA 유강남의 가치를 높이는 요소다.

"사실 그건 비결이 없어요. 체력은 타고났고 아픈데도 별로 없고 잘 먹고 잘 자고 그게 비결인 것 같습니다.(웃음)"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