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억울하지는 않아요. 제 잘못이었잖아요."
김유성(20·고려대)에게 5년 전 겨울은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가던 2017년. 여수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엘리베이터를 탑승하면서 후배와 마찰이 있었고, 김유성은 후배의 가슴을 한 차례 주먹으로 때렸다.
김유성의 야구 인생이 바뀐 한 장면이 됐다. 이 사건으로 총 세 차례 징계를 받았다.
교내 학교폭력위원회로 회부되면서 출석정지 5일을 받았다. 2018년 1월에는 창원지방법원으로부터 화해 권고 결정이 내려졌지만, 피해자와 합의가 되지 않았다. 결국 20시간의 심리치료 수강과 40시간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징계는 끝나지 않았다. 세 번째 징계가 내려진 건 2020년. 150㎞ 이상의 공을 던지면서 김해고 에이스로 활약한 그는 2021년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NC 다이노스에 선택을 받았다. 그러나 중학교 시절 일이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올라왔다. NC는 1차지명을 철회했다. 10월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1년 출전정지 징계까지 받았다.
김유성은 "지명됐을 때부터 부모님, 감독님, 친구들이 좋아했다.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구단의 입장도 이해됐다"라며 "억울한 마음은 없었다. 내가 한 것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한다. 행동 하나도 조심하고, 말 한 마디도 조심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NC 입단이 좌절된 김유성은 고려대학교로 진학했다. 공정위로부터 받은 징계로 1학년 때에는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꾸준하게 운동을 했던 김유성은 2학년 때 최고 시속 155㎞ 직구를 던지면서 '완성형 투수'로 평가받았다. 직구 릴리스포인트가 높아 타자들이 쉽게 공략할 수 없다. 직구도 직구지만, 슬라이더, 포크, 커브도 수준급이라는 평가다.
김유성은 2023년 신인드래프트 신청했다. 올해 신인드래프트부터 대학교 졸업없이 2학년 선수도 얼리드래프트로 신청할 수 있다. 고심 끝에 김유성은 신청서를 제출했다. 여전히 싸늘한 시선이 두려움도 컸지만, 마지막이라는 심정이었다.
김유성은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 특히 입학했을 때 형들, 코치님들과 이야기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형들과 코치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앞으로 행동하는 것 하나 하나를 많이 배웠다. 또 그동안의 일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라며 "프로에 뛰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팬들과 동료 선수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됐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2년 전 1차 지명을 받을 때보다 더욱 기량이 좋아진 만큼, 일찌감치 1라운드에 눈독을 들인 팀이 많다. 프로에 가면 즉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구단들은 여전히 5년 전 김유성의 모습에 고민을 안고 있다. 김유성은 "드래프트 지명 순번은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기회를 받는다면 정말 달라졌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일단은 왕중왕전 대회를 앞두고 있는데 이것만 생각하면서 운동을 하겠다"고 했다.
김유성은 "모범적인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다"라며 "항상 반성하면서 모범적인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좋은 선수 뿐아니라 누가 봐도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