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드디어 반등 포인트를 잡은걸까.
KIA 타이거즈 내야수 황대인(26)은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서 팀이 8-6으로 앞서던 7회말 무사 1, 3루에서 좌월 스리런포를 쏘아 올렸다. 두산 구원 투수 김지용과의 승부에서 바깥쪽 낮은 코스로 들어온 126㎞ 슬라이더를 걷어올려 좌측 담장을 넘겼다. 이달 들어 나온 첫 홈런이자 지난달 24일 부산 롯데전 이후 35일, 24경기 만에 본 손맛이다.
데뷔 후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고 있는 황대인은 이날 경기 전까지 8월 타율이 1할7푼9리에 불과했다. 지난 23~24일 고척 키움전에서 모처럼 이틀 연속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하는 듯 했지만, 이후 3경기서 9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았다.
KIA 김종국 감독은 황대인의 8월 부진을 두고 "최근까진 잘 했다. (27일 광주 두산전에선) 라인 드라이브 타구가 두 개 정도 나왔을 뿐, 타이밍이 아예 안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8월 중순까지 타격 부진을 겪던 황대인은 경기 후 특타를 자청하는 등 반등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김 감독은 "체력이 떨어지니 집중력도 다소 처질 수밖에 없다. 본인도 아마 (심적으로) 힘들 것"이라고 했다.
두산전에 7번 타자-1루수로 나선 황대인은 첫 타석에서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하지만 두 번째 타석에서 좌전 안타를 터뜨렸고, 7회말 스리런포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황대인은 홈런 후에도 미소 없이 묵묵히 그라운드를 돌았고, 홈을 밟은 뒤에도 덤덤한 표정으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평소 잘 웃는 표정으로 '뿡뿡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던 그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그간의 마음고생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
황대인은 경기 후 "그동안 안 좋은 모습을 너무 많이 보였다. 사실 홈런을 치고도 미소 지을 여유도 없었다. 뜬공만 치자는 생각이었는데 운 좋게 넘어갔다"고 했다. 그는 "후반기 들어 너무 부진했다. 상대 투수와 싸워야 하는데 나 자신과 싸운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성적도 좋지 않았다. 나 자신에게 실망이 컸다"며 "여름은 모두 힘든 시기다. 체력이 떨어졌다 해서 부진했다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고 자신을 채찍질 했다. 그러면서 "상대 투수의 분석도 경험이라 생각한다. 투수들이 나를 분석하듯, 나도 투수들의 모습이 조금씩 눈에 익어가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했다.
올 시즌 목표로 잡은 80타점에 한 개차로 다가선 황대인은 "80타점 목표를 이루면 그 다음은 81타점이다. 그렇게 하나 씩 이어가고 싶다. 내가 잘 쳐야 팀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다짐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