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가을 영웅이라니? 지금 날아줘야지!"
정수빈(32)에 대한 두산 베어스의 과감한 투자는 실패로 끝나는 걸까.
무려 6년 56억원에 두산 잔류를 선언했다. 하지만 2년간의 성과는 아쉬움으로 얼룩졌다.
지난해 타율 2할5푼9리 3홈런 3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00에 그쳤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스탯티즈 기준)이 1.47에 불과하다.
올해는 더 심각하다. 타율이 2할1푼4리, OPS는 0.556에 머물고 있다. WAR이 -0.13까지 추락했다. 기록만 보면 경기에 뛸수록 팀에게 손해라는 것. FA 시즌이었던 2020년 2.59에서 급전직하했다. 후반기 타율은 1할6푼7리(30타수 5안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올해 두산은 김태형 감독 부임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이한 상황.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영광을 뒤로 하고 가을야구 진출이 좌절될 수도 있다.
16일 만난 김 감독은 "투수들은 자기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타격이 뒷받침되면 좀더 올라갈 수 있다"면서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하위 타선은 아무래도 대가 약하다. 팀의 중심을 이루는 타자들, 베테랑 선수들이 쳐줘야 신예 선수들도 분위기를 타고, 공격적인 타격을 하게 된다. '쳐줘야하는 타자가 쳐줘야한다'고 늘 말하는게 그런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수빈만 해도 2할1푼에서 저러고 있으니…"라며 짙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그래도 가을영웅 정수빈 아니냐'는 말에 "가을야구 때 안 날아다녀도 되니까 지금 좀 날아다녔으면 좋겠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아직 계약기간은 많이 남아있지만, 장타력 대신 빠른 발과 수비범위가 장기인 정수빈의 특성상 선수로서의 가치는 점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구단 입장에서 6년 계약의 성과 대부분은 초반에 뽑아내는게 바람직한 계약이다.
지난해에도 포스트시즌에야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던 정수빈이다. 하지만 '가을 체질'도 정작 그 무대에 오르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