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점 6점짜리 경기다."(이병근 수원 삼성 감독) "벼랑끝 승부다."(김남일 성남FC 감독)
14일 오후 7시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2' 28라운드, 11위 수원 삼성도 '최하위' 12위 성남FC도 그 어느 때보다 결연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1위' 수원 삼성의 승점은 24점, '12위' 성남FC은 18점, 이날 강등권 맞대결은 이겨야 사는 전쟁이었다. 성남이 수원을 잡으면 승점 차를 3점차로 줄일 수 있지만 질 경우 9점까지 벌어지는 상황, 김남일 감독은 "오늘 경기만 생각한다"며 절박함을 전했다. 이병근 감독 역시 '비기기만 해도 되지 않냐'는 질문에 "그게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우리는 9위 대구와의 3점 차를 쫓아가야 한다. 강등 플레이오프에 들어가는 세 팀중 한 팀이 돼선 안된다. 상위팀을 따라잡는 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절박했던 승부, 승자는 영건들의 투혼이 빛난 수원 삼성, 무려 4골을 몰아치며 성남에 4대1 대승을 거뒀다.
▶라인업
수원 삼성(4-5-1)=양형모(GK)/이기제-불투이스-고명석-김태환/전진우-이종성-정승원-정호진-류승우/오현규
성남FC(3-4-3)=최필수(GK)/최지묵-김지수-권완규/박수일-밀로스-권순형-김훈민/심동운-뮬리치-구본철
▶전반: 이기제의 왼발→고명석 헤더골
전반 초반부터 양팀의 공방은 치열했다. 전반 10분 성남 심동운이 뒷공간을 허물며 쇄도했지만 문전의 뮬리치를 '수원 철벽' 불투이스가 막아서며 슈팅은 불발됐다. 전반 14분 수원 삼성의 공격이 날카로웠다. 이기제의 크로스를 류승우가 머리로 떨궜고 이를 이어받은 이종성이 중거리 슈팅이 작렬했다. 성남 골키퍼 최필수를 맞고 튕겨나온 볼을 문전쇄도하던 정승원이 왼발로 밀어넣으려 했으나 빗맞은 슈팅은 공중으로 치솟았다. 전반 17분 이기제의 롱크로스를 이어받은 류승우의 오른발 슈팅이 빗나갔다. 전반 23분 성남의 프리킥 찬스, 굴절된 볼을 노려찬 권순형의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벗어났다.
그리고 전반 27분 마침내 수원 삼성의 선제골이 터졌다. 코너킥 찬스, 이기제의 '전매특허' 왼발 크로스에 이어 센터백 고명석의 머리가 번뜩였다. 날선 헤더는 골망 구석으로 빨려들었다. 직전 수원FC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된 후 3실점을 내주며 2대4 패배의 책임을 떠안았던 고명석은 마음고생을 털어내듯 뜨겁게 포효했다. 이날 이병근 감독은 햄스트링 부상을 털고 돌아온 불투이스와 고명석을 중앙수비 듀오로 내세웠다. "'캡틴' 민상기 대신 고명석을 투입했다. 불투이스가 주장 완장을 찬다. 고명석과 좋은 호흡을 기대한다"던 이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했다. 수원 삼성은 전반 종료까지 강공으로 밀어붙였다. 전반 43분 전진우가 나홀로 문전 쇄도하며 오른발 슈팅을 날리자 빅버드가 함성으로 뒤덮였다. 최필수가 가까스로 막아섰다. 수원이 1-0으로 앞선 채 전반을 마쳤다.
▶후반: 이기제의 멀티도움→'영건' 오현규 쐐기골, 전진우의 멀티골
후반 시작과 함께 김남일 감독은 김훈민 대신 김민혁을, 이병근 감독은 정호진 대신 마나부를 투입했다. 후반 2분 류승우의 패스를 이어받아 수비를 벗겨낸 전진우의 왼발 슈팅이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후반 5분 전진우의 슈팅이 굴절된 직후 마나부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 손에 잡혔다. 수원의 공세는 더욱 뜨거워졌다. 후반 11분 박스 오른쪽에서 이기제의 크로스가 날아들자 투혼의 오현규가 날아올랐다. 선발 기회를 준 이 감독의 믿음에 보란 듯이 화답했다. 짜릿한 헤더, 시즌 5호골. 빅버드 통산 700호골이 터졌다. '2도움'을 기록한 왼발의 달인, 이기제가 엄지를 번쩍 들어올렸다. 후반 14분 오현규가 단독 쇄도하며 강력한 슈팅을 날렸고, 최필수가 손끝으로 쳐내며 추가 실점 위기를 넘겼다.
후반 15분 김남일 감독은 이지훈, 안진범, 전성수를 동시에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16분, 성남 박수일의 원더골이 터졌다. 수원 수비라인을 맞고 나온 볼을 이어받아 눈부신 발리슈팅을 터뜨렸다. 1-2로 따라붙었다.
그러나 수원은 추격을 허용할 뜻이 추호도 없었다. 불과 3분만에 이날 수차례 골문을 노렸던 '영건' 전진우의 쐐기포가 터졌다. 후반 19분 필사적으로 박스안으로 쇄도하며 왼발로 기어이 골망을 흔들었다. '수원의 아들' 전진우가 골 직후 서포터석을 향해 뛰어올랐다. 팬들과 함께 포옹하고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골을 자축했다.
수원은 후반 35분 근육이 올라온 류승우 대신 안병준을 투입했다. 김남일 감독도 후반 27분 '성남루니' 이종호를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다. 후반 29분 오현규 대신 '베테랑' 염기훈이 투입되자 빅버드는 바야흐로 한여름밤의 축제였다. '왼발의 지배자' 염기훈송이 뜨겁게 울려펴졌다.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 수원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후반 35분 전진우가 마나부의 킬패스를 이어받아 침착하게 팀의 4번째 골을 밀어넣었다. 이병근 감독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지난 25경기에서 단 19골, 12개구단 중 최소득점을 기록했던 수원 삼성이 한 경기에서 4골을 몰아쳤다. 올 시즌 처음으로 3골 이상을 기록했다. 승점 6점짜리 벼랑끝 숭부, 수원 삼성이 활짝 웃었다. 수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