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대체 선발이 아닌 구세주였다. 롯데 자이언츠의 '아픈 손가락' 서준원(22)이 화려한 선발 복귀전을 치렀다.
서준원은 14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 5이닝 1실점으로 쾌투하며 시즌 2승째를 따냈다. 지난해 9월 3일 사직 한화 이글스전 이후 345일만의 선발승이다.
그간 래리 서튼 감독이 "살이 많이 빠졌고, 달라지고 있다"고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는 서준원이다. 팔을 낮춰 무브먼트에 초점을 맞춰보는 등 선수 본인의 부단한 노력도 있었다.
서준원은 허리 통증으로 제외된 이인복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이날 1군에 등록됐다. 후반기 첫 등판이자 올해 첫 선발 출격이었다. 서준원은 앞서 5월 14일 한화 이글스전에 1⅔이닝만에 강판된 선발 김진욱 대신 등판, 4⅓이닝을 책임지며 시즌 첫승을 기록한 바 있다.
기대보다 불안감이 컸던 하루. 자신의 역할을 120% 해냈다.
첫회를 3자범퇴로 마쳤다. 롯데 타선도 1회초 이대호의 선제 적시타, 2회초 신용수의 홈런으로 득점 지원에 나섰다.
2회말 첫 타자 최형우에게 솔로포를 허용했지만, 이후 안타 하나로 이닝을 마무리지었다. 3회에도 볼넷 하나뿐, 4~5회는 모두 3자 범퇴였다. 그 사이 롯데도 3회초 한동희의 홈런으로 1점을 보탰다.
5이닝 3안타 1볼넷 1실점. 삼진 3개를 곁들인 완벽투였다. 투구수도 74개로 준수했다. KIA 외국인 선발 놀린(6이닝 3실점)과의 맞대결에서도 판정승.
경기전 총력전을 예고했던 서튼 감독은 6회 김도규, 7회 김유영, 8회 구승민, 9회 김원중을 풀가동하며 서준원의 시즌 첫 선발승을 지켜냈다.
서준원은 2019년 1차 지명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자타공인 그해 신인드래프트 최고의 투수였다. 데뷔 첫 2년간 36번이나 선발등판한 점이 그를 향한 기대치를 증명한다.
좀처럼 확고한 선발투수의 입지를 다지지 못했고, 선발 기회는 점점 이승헌 나균안 김진욱 이인복 등 경쟁자들의 차지가 됐다. 불펜에서도 좀처럼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해 필승조는 커녕 추격조로도 좀처럼 자리잡지 못했다. 고속 사이드암이란 특성과 어린 나이라는 재능은 여전히 돋보였지만, 어느덧 차차 존재감이 옅어졌다.
향후 서준원이 선발로 계속 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4선발 이인복의 입지는 확고하고, 5선발 역시 서준원보다는 나균안에게 먼저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김진욱 역시 2군에서 제구와 커맨드를 가다듬으며 호시탐탐 1군 복귀를 꿈꾸고 있다.
이날의 호투가 서준원에게 인생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까. 전날 KIA전 완패로 흔들리던 롯데 팬심도, 희미해져가던 가을야구의 희망도 굳게 동여맨 귀중한 승리다.
광주=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