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그라운드로 나서는 순간 팬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한국에선 첫 경험 아닌가. 소름이 돋았다."
한국에서 2년간 뛰었지만, 코로나19 여파에 맞닥뜨렸다. 무관중, 혹은 체계적인 응원 없는 제한 관중만 경험했다. 사직구장이 떠나가라 외치는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한번도 듣지 못했다.
비록 사직은 아니었지만, 롯데 자이언츠 팬들의 열정에 샤워한듯 상쾌해졌다. 돌아온 '털보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34)의 속내다.
스트레일리는 1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쾌투했다. 롯데 타선이 7회까지 안우진에게 득점 없이 꽁꽁 묶였지만, 8회 신용수의 역전 투런과 9회 정 훈의 쐐기포가 터지며 롯데는 4대3 승리를 거뒀다. 돌아온 스트레일리가 '승리 요정'이 된 모양새다.
경기 후 만난 스트레일리는 "첫 경기를 무실점으로 마무리해서 좋다. 부산에서 불펜피칭을 하고 오늘 등판했는데, 일정이 좋았다"면서 웃었다.
5회까지의 투구수는 81구. 6회에도 던지길 원했지만, 지난 5일 입국한지 5일밖에 안된 상황. 코치진이 만류했다. 스트레일리도 "2주 동안 실전에 뛴 적이 없었으니까. (시차 적응 때문에)아침에 매우 일찍 일어나지만, 몸상태는 좋다"고 했다.
무엇보다 '사직 노래방'을 기다려온 그에게 목청이 터져라 응원하는 롯데 팬들의 모습은 '소름' 그 자체였다. 그는 "정말 좋았다. 한국에서 관중들의 환호 속에 던져보는 건 처음이니까"라며 밝게 웃었다.
이날 7이닝 무실점 10K로 완벽투를 선보인 키움 안우진에 대해 "성장하는 모습을 봐왔지만, 오늘 보니 이제 리그를 지배하는 투수가 됐다는 걸 확인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누구보다도 경기 준비에 철저한 선수다운 일면도 드러냈다. 그는 경기전 잔디에서 몸을 풀며 고척돔을 유심히 살펴봤다. "첫 등판인데, 공을 던질 때 경기장을 처음 보는 건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아 미리 나와있었다"는 것.
정보근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내가 뭘 하려는지 다 기억하고 있더라. 바로 어제 떠난 그 자리에 다시 돌아온 기분"이라며 흥분된 속내를 드러냈다. 역전포를 친 신용수에겐 "벤치에 앉아있다가 갑자기 나와서 치는게 쉽지 않은데…정말 자랑스럽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즌이 끝나기 전에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어 정말 기쁘다. 이대호의 마지막 시즌이다.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돌아왔다. 최선을 다하겠다."
고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