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고 있는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해외에는 넷플릭스를 통해 소개되는 중이다.
넷플릭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우영우'는 지난 30일 기준 넷플릭스 TV쇼 부문 세계 4위를 기록했다. 한국을 비롯해 방글라데시 홍콩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시아 몰디브 오만 필리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스리랑카 대만 태국 UAE 베트남에서 1위를 기록중이다. 미국에선 10위, 호주에선 5위에 랭크돼 있다.
하지만 '우영우'는 한국적인 상황과 대사가 꽤 많은 드라마다. 이런 내용들을 해외 팬들은 어떻게 접하고 있을까.
우영우(박은빈)의 대표적인 대사는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이다. 우영우라는 이름이 거꾸로 읽어도 똑같다는 것을 다른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영어로 단어 그대로 번역된다면 '이해 불가' 단어가 되고 만다.
그래서 "Kayak, deed, rotator, racecar, Woo Young-woo"라는 단어로 이 대사를 표현하고 있다. 각각의 단어들은 모두 철자 자체가 거꾸로 읽어도 똑같은 낱말이 되는 단어들이다.
이같은 영어식 표현들을 통해 간신히 번역의 위기를 넘겼지만(?) 난관에 부딪혔다. 지난 28일 방송한 '우영우'에서는 최수연(하윤경)이 우영우가 주선한 소개팅 자리에 나가는 에피소드가 등장했다.
최수연과의 소개팅 자리에 나간 김민식(임성재)은 다짜고짜 아재개그를 날렸다. 최수연을 보자마자 "김민식입니다람쥐"라고 말한 그는 "오렌지를 먹은지 얼마나 오랜지" "고르고 골라 고르곤 졸라 피자" "바나나 먹으면 나한테 반하나" "쫄면 먹고 쫄면 안 돼, 울면 먹고 울면 안 돼" 등 다양한 아재개그를 선보였다. 최대한 예의를 차리며 이야기하던 수연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에 불이 났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고 자리를 벗어나며 한국 시청자들을 웃음케했다..
이 신은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재미있는 장면이었지만 영어번역가에게는 고난의 작업이었던 신이 틀림없다. 아재 개그를 영어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첫 대사 "저는 김민식입니다랍쥐"부터 쉽지 않은 일이다. 넷플릭스 영어 자막은 "I'm Kim Min-Sickly prickly"라고 돼 있다. 고슴도치의 뾰족함을 의미하는 'stickly prickly'에서 따온 말로 끝말장난을 활용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김민식은 최수연에게 "바람이 귀엽게 부는데서 사시네요, 분당"이라고 말했다. '바람이 분당'에서 착안한 '아재개그'다. 이 역시 영어로 그대로 해석하면 '괴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번역가는 "빵이 엄청 맛있는 곳에서 오셨네요,분당(There must be some really great bread where you live, Bun, Dang)"이라고 번역했다. 'Bun'이 빵을 의미하고 'Dang'이 'awesome'의 속어로 쓰이기도 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바나나케이크 드실래요? 바나나 먹으면 나한테 반하나"도 그렇다. 영어로는 "How do you feel about having banana cake for dessert? Will you find me 'a-peeling'"으로 번역됐다. 'peeling'은 바나나 껍질을 까는 것을 의미한다. 'a-peeling'의 발음을 이용해 'appeal(어필하다)'의 중의적 표현까지 담아낸 말장난을 만들어냈다.
'우영우'는 한국식 개그 뿐만 아니라 한국적인 상황에 재판 장면까지 다수 등장하면서 영어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 드라마가 됐다. 때문에 이같이 해외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번역가의 몫도 큰 것처럼 보인다. 잘되는 집은 뭘 해도 잘 된다는 말이 '우영우'에서도 통하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