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투수 왕국 SSG, 남은 건 확실한 교통 정리와 동기 부여.
SSG 랜더스는 주말 광주 KIA 타이거즈와의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하고 기분 좋게 인천에 올라왔다. 기세 좋은 KIA를 만나 첫 경기 대패했지만, 이어진 두 경기 접전 상황에서 리드를 내주지 않으며 연승을 거뒀다. 넘어갈 것 같은데, 버티고 버텼다. 결과는 달콤했다. 2위 키움 히어로즈가 주춤한 사이, 양팀의 승차가 7경기로 벌어졌다. 강하다. 뭔가 압도적이지는 않은데, 꾸역꾸역 이긴다. 사실 그게 강팀의 조건이기는 하다.
결국은 투수력에서 앞서는 게 원동력이다. 폰트, 김광현 원투펀치를 앞세운 SSG 선발진은 안그래도 강했다. 그런데 박종훈과 문승원까지 돌아왔다. 김원형 감독은 연승도 기뻤겠지만, 31일 마지막 경기에서 박종훈이 복귀전 3이닝 무실점 투구를 한 가운데 이겨 더욱 더 행복했을 것이다.
투수가 차고 넘쳐 정리가 필요했다. 누가 선발진에 잔류하고, 누가 불펜으로 가는지가 관심사였다. 외국인 선수 2명에 김광현까지는 부동. 박종훈은 스타일상 선발로 뛰어야 하는 선수. 남은 건 한 자리였는데, 개막부터 마당쇠 역할을 충실하게 해주던 이태양이 그 자리를 지키게 됐다.
좌완 오원석도 선발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좌완 불펜이 너무 부족한 팀 사정상 불펜으로 이동하게 됐고 31일 불펜 데뷔전을 치렀다. 사실상 박종훈에 이은 1+1 역할이었는데, 이제 박종훈의 컨디션이 올라오면 오원석도 불펜으로서의 역할을 해야한다.
사실 놀라웠던 건 문승원의 불펜 합류였다. 수술 전 풀타임을 뛰면 무조건 10승 이상은 해줄 수 있는 선수. 이런 보장 자원을, 아무리 수술을 하고 돌아왔다고 해도 불펜으로 돌리는 선택을 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불펜진에서 상대를 찍어누를만한 구위를 가진 선수가 없다는 현실을 냉철히 진단한 김 감독이 내린 승부수다. 올시즌 무조건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각오가 엿보이는 선택이기도 하다.
이제 SSG는 선발, 불펜 가릴 것 없이 투수진의 양과 질이 매우 풍부해졌다. 새 외국인 투수 모리만도가 연착륙 해준다면 선발은 걱정할 게 없다. 오원석, 문승원, 노경은이 더해진 불펜진은 기존 서진용, 김택형 등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제 확실한 역할 부여와 정리가 필요하다. SSG는 개막 마무리 김택형의 부상과 부진으로 인해, 마무리를 서진용으로 바꿨다. 서진용도 잘해주고 있지만, 최근 불안하다. 강한 공을 가지고 있으면서, 승부처에서 스트라이크를 잘 던지지 못하는 그의 고질이 다시 나오고 있다. 살떨리는 포스트시즌이라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부상 복귀 후 압도적 구위를 보여주고 있는 문승원 카드를 조심스럽게 생각해볼 수 있다.
그리고 시즌 중 갑자기 보직이 바뀐 선수들의 마음도 어루만져주는 게 중요하다. 팀 성적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은 개인 성과가 최우선이다. 그래야 연봉이 오른다.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야구다. 10승을 할 수 있었는데, 갑자기 불펜으로 가라면 이를 기쁘게 받아들일 선수는 없다. 확실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무조건 팀이 최우선이다'라는 옛날식 야구로 재미를 보는 팀은 최근 없는 것 같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