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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팀 향한 독기 활활…헬멧 내동댕이친 천재 유격수의 불꽃, 롯데를 깨우다 [대구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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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천재 유격수의 독기가 무섭도록 타올랐다. 5강에서 멀어진 소속팀의 '각성'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가 맞붙은 7월말 클래식 시리즈는 1승1무1패, 무승부로 끝났다.

시리즈의 주인공을 꼽는다면 누가 될까. 첫날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자 수차례 기적 같은 호수비를 선보인 김현준이 삼성 측 주인공이라면, 롯데는 '친정팀'을 향해 온몸을 불사른 이학주를 내세울만 하다.

3연전의 마지막날 삼성의 선발투수로는 최하늘이 일찌감치 예고됐다. 최하늘과 이학주는 올시즌 전 맞트레이드로 유니폼을 바꿔입은 상대다.

마차도가 떠난 유격수 공백이 컸던 롯데는 이학주를 영입해 내야 안정을 꾀했다. 삼성은 갓 군복무를 마친 싱싱한 신예 투수를 얻었다. 롯데의 대체 선발 후보로도 거론된 유망주였다.

만약 최하늘이 맹활약하고, 이학주가 침묵한다면 어떻게 될까. 타고난 재능만큼은 천재. 이학주는 날카롭게 날이 세웠다.

시리즈 1차전, 롯데는 선발 스파크맨의 부진과 불펜의 난조 속에 7대8 역전패를 당했다. 후반기 들어 무승, 7경기 연속 패배가 이어졌다. 이학주는 4타수 무안타 1볼넷.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연장 10회초, 우익수 쪽 깊숙한 타구가 삼성 구자욱의 호수비에 걸리자 내던진 헬멧이 그의 남다른 속내를 드러낸다.

둘째날은 달랐다. 이학주는 1회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타율 2할을 간신히 윗도는 타율, 올시즌 66경기만에 쏘아올린 이학주의 시즌 첫 홈런이었다. 롯데는 1회에만 7득점을 따냈고, 삼성의 후반 맹추격에도 리드를 지켜내며 기어코 연패를 끊었다.

시리즈 3차전. 0-4로 끌려가던 롯데 공격의 물꼬를 튼 주인공도 바로 이학주였다. 이학주는 5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 삼성 선발 최하늘을 상대로 안타를 ‹š려냈다. 다음타자 안중열의 안타에 이은 렉스의 우월 3점 홈런으로 롯데는 1점차까지 따라붙었다.

7회초, 이학주는 다시 한번 선두타자로 나섰다. 삼성 이승현의 3구째 142㎞ 직구를 통타해 좌중간 깊숙이 날려보냈지만, 중견수 김현준이 펜스에 부딪히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온몸을 던진 호수비에 막혔다.

한번 더 타석에 설 기회가 왔다. 스코어는 그대로 3-4. 삼성은 9회초 '끝판왕'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최근 3경기 연속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부진했지만, 중간계투 활용을 거친 오승환에게 삼성 벤치는 다시한번 신뢰를 보냈다.

1사 1루에서 등장한 이학주는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1루주자 박승욱을 불러들였다. 이어 다음 타자 고승민의 1,2루 사이로 빠지는 적시타 때 전력질주, 홈으로 온몸을 던졌다.

비록 롯데가 9회말 다시 동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이학주의 불타는 집중력은 이어졌다. 10회말 1사 후 삼성 오선진의 3유간 깊숙한 땅볼. 이학주는 메이저리그 톱유망주로 불리던 그 시절마냥 부드럽게 공을 건져올려 망설임 없이 1루로 공을 던졌다. 이날 관중석을 열광케 한 삼성 김현준의 호수비 못잖은 눈부신 장면이었다.

11회초에는 볼넷으로 나간 안치홍을 안정된 희생번트로 2루에 보냈지만, 점수와는 연결되지 않았다. 양팀은 불펜을 총동원하며 실점없이 12회 공방을 마쳤고, 결국 4시간 26분의 공방전은 무승부로 끝났다. 시리즈 혈전을 펼친 두 팀의 승부도 1승1무1패로 무승부다.

하지만 롯데는 긴 연패를 끊었고, 이날 경기전 스파크맨의 방출을 발표하며 포스트시즌 도전을 향한 열의도 재확인했다. 레전드 이대호의 은퇴 시즌, 이학주의 불꽃 같은 열정이 롯데를 가을야구에 올려놓을 수 있을까.

대구=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