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브랜드 '내셔널지오그래픽'을 전개하는 더네이쳐홀딩스가 인지도와 사뭇 다른 제품 하자 이슈와 미흡한 CS 등으로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진행한 캠핑 텐트 펀딩이 인기리에 종료됐으나, 상당수의 참여자들이 배송 완료 약속일이 지나서도 제품을 받아보지 못했다고 토로한 것.
더네이쳐홀딩스를 이끄는 박영준 대표는 골프장, 스포츠웨어 브랜드 인수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브랜드에 지나치게 치중된 매출 구조 개선을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불거진 메인 브랜드 관련 이슈 탓에, 일각에서는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치중한 나머지 '집토끼'마저 놓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야심찬 포부로 캠핑 텐트 내놨지만…제품 불량 이슈에 미흡한 고객 응대로 여론 뭇매
더네이쳐홀딩스의 대표 브랜드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최근 캠핑 텐트 제품을 내놨다. '디 오리지널 캐빈하우스 EX 캠핑 텐트'를 지난 4월 29일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단독 판매한 것.
더네이쳐홀딩스는 이번 제품이 넓은 공간을 확보해 주는 거대 사이즈와 개방감 있는 창문 구성, 이너텐트 등이 포함돼 특별하고, 고객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160여만원이란 고가의 가격으로 출시됐음에도 해당 펀딩은 시작 직후 달성률 2만8185%를 기록, 와디즈와 국내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 단일 프로젝트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나 2차례에 걸쳐 일부 물량이 고객들에게 발송된 후, 예상 밖의 문제가 발생했다. 배송된 텐트 중 몇몇 제품에서 '물방울 맺힘'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더네이쳐홀딩스는 개선대책으로 측면 봉제선에 심실링 테이프를 붙이는 AS 작업을 추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정이 추가되면서 출고 작업은 더뎌졌고, 발송 기한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 어려워졌다. 지난 19일 기준 회사 측이 밝힌 배송 지연 제품 수는 전체 2100개 가운데 488개다.
텐트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더네이쳐홀딩스가 제품 발송이 늦어지는데도 이에 대해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고, 공식 사과문이나 배송 지연에 대한 손해보상책 등을 내놓지 않은 점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또 높은 가격대에 비해 마감 처리와 내구성 등이 약하다는 일부 지적도 이어졌다.
여기에 AS 공정을 맡긴 후 다시 제품을 받아본 몇몇 텐트 제품에서는 이염 현상이나 내부 구멍 발생 등 또 다른 하자가 발견됐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등장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자발적으로 텐트 제품 사용자들이 모인 카페 등을 개설하며 적극적으로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한 펀딩 참여자는 "텐트 출고일에 맞춰 여름 휴가 계획을 세웠는데, 배송 일정이 늦어지면서 예약해 둔 캠핑장 방문이 불가능해졌고, 여름 휴가 계획이 전부 어그러졌다"면서 "100만원이 훌쩍 넘는 고가 제품을 판매하면서 이렇게 부실하게 대응을 하다니 화가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네이쳐홀딩스는 본지 취재가 시작된 지난 20일 사과문을 게재했고, 제품을 배송받지 못한 고객들에게 텀블러를 증정하겠다고도 했다.
더네이쳐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펀딩에 참여한 고객의 불편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최대한 빨리 전 제품이 출고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송 지연에 따른 피해·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고객들이 만족할 만한 별도의 보상책은 언급하지 않았다.
▶더네이쳐홀딩스, 승승장구 중이지만…라이센스 브랜드 한계 지적도
더네이쳐홀딩스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높은 매출액을 발판 삼아 실적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더네이쳐홀딩스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26.2% 늘어난 3703억 2344만원, 영업이익은 26.4% 증가한 688억9780만원이었다.
하지만 회사 규모가 커진 만큼, 해결과제도 산적해 있다.
이 가운데 지나친 내셔널지오그래픽 브랜드 의존도는 더네이쳐홀딩스 차원에서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다.
증권업계에 따른 더네이쳐홀딩스의 연간 매출 중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90%에 달한다.
더네이쳐홀딩스는 내셔널지오그래픽 브랜드를 보유한 디즈니로부터 올해 초 6년이란 유례 없는 장기 라이선스 연장 계약을 따낸 바 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매출구조가 단일 브랜드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는 것을 아쉬운 점으로 꼽는다. 계약 기간 만료 이슈가 언제든지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영준 더네이쳐홀딩스 대표는 매출 구조 다변화에 힘을 쏟고 있지만, 상황은 그다지 녹록치 않다.
박 대표는 소형가전 유통업에 종사하다 2004년 이익금 일부를 아프리카 지역에 지원하는 영국 NGO기구 '왓에버잇테익스(WIT)'와 아트워크 라이선스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2013년 내셔널지오그래픽을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남다른 애정을 지닌 골프를 미래 사업 먹거리로 점찍고, 골프웨어 업체 '테일러메이드'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철회했다. 이어 골프공 제조업체인 '볼빅' 인수도 추진하다가 중단한 바 있다.
다만 지난 4월 '사우스스프링스CC'에 300억원을 투자했고, 7월 19일에는 워터스포츠 및 애슬레저 웨어 기업 '배럴' 지분 47.7%(760억원)를 사들이며 인수에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같은 대대적 투자가 곧바로 사업구조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글로벌 확장 전략 역시 예상보다 더딘 속도로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봉쇄 조치 등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더네이쳐홀딩스의 중국 회사인 '베스트셀러'와의 현지 조인트벤처 설립 역시 준비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네이쳐홀딩스는 여러 우려에 대해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해외 진출을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시장 진출은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일시 중단됐으나, 중국 '베스트셀러'와의 조인트벤처는 올해 하반기 설립을 목표로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