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앨버트 푸홀스는 올시즌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난다.
지난 오프시즌 친정팀 세인트루이스와 1년 계약을 하면서 은퇴를 공식 예고했다. 어차피 세인트루이스는 전력에 큰 보탬이 된다고 보고 데려온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21년차의 살아있는 전설이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 그 자체만으로도 영입 가치가 있다고 봤다. 푸홀스에 대한 예우와 팬 서비스의 의미도 담겼다.
푸홀스는 미국 전국구 스타다. 그가 가는 곳마다 기립 박수가 쏟아진다. 세인트루이스 구단이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은퇴 투어 형식의 장면이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27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원정경기에 푸홀스는 4번 1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올시즌 세인트루이스의 첫 토론토 방문 경기. 푸홀스가 1회초 2사후 대기 타석을 벗어나 본 타석에 들어서자 로저스센터 관중석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껌을 씹으며 우타석에서 바닥을 고르던 푸홀스는 배트로 라스 디아즈 구심을 다리를 툭 건드리며 인사를 건넸다. 이어 관중석에서 끊임없이 환호가 나오고 기립 박수가 쏟아지자 헬멧을 벗어 답례하는 여유도 보였다.
이날 로저스센터에는 3만9756명의 팬들이 운집했다. 세인트루이스는 28일 이번 원정 2연전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푸홀스가 출전할 지는 알 수 없으나, 첫 날 그가 등장하자 팬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와 환호로 경의를 표했다.
재밌는 장면은 3회초에도 펼쳐졌다. 세인트루이스는 칼슨의 적시타로 2-3, 한 점차로 따라붙었고, 계속된 2사 1,2루에서 푸홀스가 타석에 들어섰다. 푸홀스는 목에 걸고 있던 금목걸이가 끊어졌는지 이를 빼어들더니 디아즈 구심에게 건넸다.
디아즈 구심은 건네받다 그라운드에 떨군 목거리를 다시 주워 주머니에 넣으며 푸홀스에게 몇 마디를 건넸고, 푸홀스는 활짝 웃으며 다시 타석에 들었다. 이어 푸홀스는 토론토 선발 호세 베리오스의 95마일 바깥쪽 싱커를 받아쳐 우측으로 흐르는 안타를 터뜨려 2루주자 토미 에드먼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3-3 동점.
토론토는 6회말 대거 5점을 뽑아 8-3의 리드를 잡았고, 결국 10대3으로 승리했다. 세인트루이스는 푸홀스의 적시타가 마지막 점수였다. 이날 로저스센터를 찾은 토론토 팬들은 어쩌면 현장서 마지막일 수도 있는 전설의 타격을 목격함과 동시에 팀의 7연승을 지켜보는 기쁨 두 배의 하루를 보낸 셈이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