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오지환이 보여준 선배의 품격.
LG 트윈스는 26일 중요한 경기를 잡았다. 선두 SSG 랜더스와의 3연전 첫 번째 경기에서, 9대0 대승을 거둔 것이다. 홈런 4방이 터지며 손쉽게 경기를 따냈다.
LG는 우승에 도전하는 팀이다. 정규시즌 순위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선두 SSG와의 승차가 6.5경기였다. 차이가 크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상황도 아니다. 후반기 시작에 SSG와의 3연전 결과가 매우 중요했다. 원정지에서 기선 제압에 확실히 성공했다.
이날의 스타는 오지환이었다. 2회와 3회 상대 선발 오원석을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때려낸 것. 오지환의 홈런 덕에 LG가 초반부터 크게 앞서나갈 수 있었다. 벌써 홈런이 16개. 6년 만의 20홈런에 이제 4개만 남겨두게 됐다.
오지환이 더욱 돋보인 건, SSG 유격수 박성한과의 '신-구 유격수 경쟁'에서 보란 듯이 선배의 품격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박성한은 지난 시즌 SSG의 주전으로 거듭나더니, 올시즌 더욱 만개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올스타에 선정됐고, 벌써부터 오지환과 박성한의 골든글러브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두 사람의 경쟁은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 더 재밌다. 먼저 타격. 오지환은 파워가 있다. 타율은 2할 중반대일지라도, 20홈런을 충분히 칠 수 있는 손목 힘이 강점이다. 양날의 검 같지만, 오지환만의 매력이다. 박성한은 정확하다. 타율이 무려 3할2푼4리다. 초반 6~7번 타순에서 지금은 클린업트리오에 배치될 정도다. 너무 잘 맞혀서다. SSG 김원형 감독은 "역대 유격수 중 비슷한 유형이 없다. 굳이 꼽자면 NC 2루수 박민우와 비슷해 보인다"고 평가한다.
수비는 화려함과 건실함의 차이가 있다. 오지환은 강한 어깨와 폭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한다. 화려하다. 대신 실책도 많다. 박성한은 크게 멋은 없다. 대신 처리해야 할 타구는 손쉽게 처리한다. 감독들이 가장 좋아할 유형이다. 과거 이종범과 박진만의 차이를 보는 듯 하다.
오지환은 2009년 LG에 입단한 후 10년이 넘게 팀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중이다. 매년 2%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있을 땐 욕하다가, 없으면 아쉬워하는 게 반복됐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오지환을 능가하는 유격수가 나올 기미도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따지고 따지고 보면 오지환이 톱이었다. 한국 야구 수준의 현실이 그랬다.
그런 가운데 8년 후배 박성한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다. 최근 들어 두 사람의 라이벌 구도가 더욱 조명받고 있다. 박성한은 "오지환 선배와 비교되는 것만도 영광"이라며 자세를 낮추지만, 오지환에게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수밖에 없다. 외부 평가에 일희일비하는 게 프로의 운명이다. 중요한 경기, 중요한 연타석 홈런의 원동력이 박성한이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계속 이어질 두 사람의 '선의의 경쟁'을 기대해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