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순위표를 보는 게 무섭다." 대구FC의 수문장 오승훈(34)이 답답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오승훈은 올 시즌을 앞두고 대구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대구의 주전 골키퍼로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6월 골키퍼 선방지수에서 1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하지만 팀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구는 '하나원큐 K리그1 2022' 22경기에서 5승11무6패(승점 26)를 기록하며 8위에 머물러 있다.
그는 "승리가 간절하다. 패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원정에서 유독 약하다. 팬들께 정말 죄송하다. 지금 시점에선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 돌아볼 곳도 없다. 한 경기 결과로 순위가 확 바뀐다. 시즌 초에는 '이렇게 하면 순위가 바뀔 수 있겠지' 생각했었다. 지금은 순위표를 보는 게 무섭다. 언제쯤 순위표를 다시 확인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승훈에게 올 시즌은 매우 간절하다. 그는 "개인적으로 (우승) 타이틀을 가져 본 것은 제주 유나이티드 시절 K리그2(2부 리그) 우승이다. 내가 나이가 있다. 은퇴까지 몇 년 남지 않았다. 그 안에 하나를 이루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대구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꼭 우승 한 번 해서 기분 좋게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개인적으로 간절함이 크다.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아프고 힘들어도 열심히 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간절함은 그라운드 위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지난 16일 FC서울과의 경기에서 상대를 막던 중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아픔을 참고 경기를 치렀지만 끝내 교체 아웃됐다.
오승훈은 "경기 중 다리를 쭉 뻗었는데 그때 근육이 살짝 찢어졌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심하게 찢어진 것은 아닌데 운동을 심하게 하다보면 더 찢어질 수 있다고 한다. 운동장에 나가지 못하니 답답하다. 현재 치료하면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는 31일 수원FC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레이스를 재개한다. 대구는 올 시즌 원정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오승훈은 "뒤를 돌아볼 겨를도 없다. 무조건 위로 올라가는 것만 생각해야 한다. 선수들도 심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많이 지쳤을 것이다. 올 시즌 마지막 휴식기를 통해 재충전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50경기든 100경기든 뛸 수 있을 때 뛰고 싶다. 우리 팀은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 있다. 부상 없이 잘 마무리하고 싶다. 꼭 우승을 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