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나한테 배우면 빅리그 갈 수 있어(웃음)."
23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 자이언츠 새 외국인 타자 잭 렉스(29)의 소망에 김평호 작전-주루 코치는 이렇게 화답했다. 렉스가 '내게 많은 걸 가르쳐 줄 수 있는 분 같다'가 말하자, 김 코치는 "나한테 배워서 잘된 친구 많다"고 껄껄 웃었다. 한국 땅을 밟은지 불과 이틀 밖에 되지 않은 상황. 하지만 렉스는 누구보다 빨리 롯데에 녹아들고, 팀 전력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열망에 가득차 있다.
롯데는 지난 18일 D.J. 피터스를 웨이버 공시하고, 렉스의 손을 잡았다. 수비에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심심찮게 홈런포를 터뜨리던 피터스와의 결별은 롯데가 5강을 정조준한 승부수로 여겨졌다. 2017년 LA 다저스 10라운드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 렉스는 올 시즌 텍사스 레인저스 산하 트리플A팀에서 34경기 타율 3할3푼1리, OPS(출루율+장타율) 1.000을 기록했다. 앞서 텍사스에서 세 차례 콜업돼 16경기 타율 2할6푼5리를 기록한 바 있다. 롯데와 총액 31만달러에 사인한 렉스는 21일 입국했다.
23일 처음으로 선수단 훈련을 마친 렉스는 "아직 시차 적응이 안되긴 했는데, 타격 훈련을 해보니 피가 몸속에 도는 느낌"이라며 "좀 덥고 습하긴 하지만, 야구장이 다 그런 것 아닌가. 즐겁게 야구하는 게 우선"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D.J. 피터스와는 미국 시절부터 알던 오랜 친구다. 프로 2년차 때 처음 만났다. 좋은 실력을 갖춘 친구이니 분명 미국에서 새 팀을 찾을 것"이라면서 피터스의 공백을 잘 메우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롯데는 렉스가 공수 양면에서 롯데의 5강 도전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렉스는 "미국 시절 롯데라는 팀이 어떤 팀인지 많이 들었다. 부산이라는 도시, 팬 베이스도 훌륭하다 들었다. 사실 여자친구 오빠가 한국인이기도 하다. 여러 흥미를 갖고 한국행을 결정했다"고 한국행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 경기 분석 영상을 봤다. 한국과 미국 야구가 분명히 다르다는 점을 느꼈고, 굉장히 흥미로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은 '숨을 잘 고르고, 천천히 적응하면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조바심 내지 말고 우리의 프로세스대로 천천히 나아가자'는 말씀을 해주셨다"며 "타격이 최대 강점이라 생각한다. 선구안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배우려는 자세로 동료, 코치들에게 많이 물어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렉스는 "팀과 함께 우승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나중에 미국으로 돌아갔을 때 주변인들에게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 수 있는 시즌을 만들고 싶다"고 활약 의지를 드러냈다.
롯데는 이르면 24일 부산 KIA전에서 렉스를 출전시킬 계획이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