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경기 연속 6이닝 무실점 호투를 하고도 빈손으로 물러났다. 불펜이 무너져 눈앞에 있던 승리가 날아갔다. 잘 던져도 승리투수가 되는 게 참 어렵다. 타선이 알맞게 점수를 내주고 구원진이 리드를 지켜줘야 한다. 올 시즌 한화 이글스는 이게 잘 안 된다. 전반기를 6연패로 마감했는데, 네번이 역전패였다. 압도적인 꼴찌로 처져있는 이유다.
한화 새 외국인 투수 예프리 라미레즈(29)는 22일 대전 KT 위즈전에 선발등판해 7이닝 1안타 무실점 역투를 했다. 지난 6월 중순 합류해 5경기 만에 첫승을 신고했다. 4번 타자 노시환이 합류한 타선이 오랜만에 시원하게 터졌다. 불펜도 2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던져, 8대0 영봉승이 완성됐다. 한화 보살팬들이 오랫동안 보고싶어했던 장면이다.
라미레즈는 "이기려고 경기에 나오는 건데 이겨서 너무 기쁘다"고 했다. 7월들어 3경기에 선발로 나서 19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이 '0'이고. 피안타율이 8푼3리,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가 0.63이다. 5경기 평균자책점 1.05. 스탯 기준으로 7월 현재, KBO리그 최고투수는 라미레즈다.
그는 3경기 연속 무실점 호투가 '공격적인 투구' 덕분이라고 했다.
7월 5일 NC 다이노스전에선 5회, 7월 10일 KIA 타이거즈전에선 6회 첫안타를 맞았다. 22일 KT전에선 7회 첫안타를 내줬다. 라미레즈는 "다음 경기 땐 8회 첫 안타를 맞으면 어떨까 싶다. 모든 선발투수는 9이닝을 던지려고 노력한다"며 웃었다. 그는 또 "미국으로 돌아간 아내가 다시 한국에 오고싶어 한다. 한화에서 오랫동안 뛰고 싶다"고 했다.
연패를 끊어주고 연승을 이어주는 게 에이스의 역할. 라미레즈는 먼저 6연패 중이던 팀을 수렁에서 끌어냈다. '꼴찌' 한화에 희망을 불어넣었다.
다음 경기가 궁금하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