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22일 부산 사직구장.
KIA 타이거즈 진갑용 1군 수석 코치(48)는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선수 한 명을 데리고 그라운드와 더그아웃을 분주히 오갔다. 주인공은 올해 롯데 유니폼을 입은 아들 진승현(19). 이날은 진승현이 프로에 입단한 뒤 아버지가 속한 KIA와 처음 만나는 날이었다. 지난달 25일 진승현이 1군 콜업된 뒤 자리를 지키면서 성사된 만남이다.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만난 아버지와 아들, 가족이지만 이날 만큼은 승패를 주고 받는 상대였다. 하지만 경기 시작 전 이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부자지간이었다. 평소 쾌활한 표정으로 선수들을 지도하던 진 코치는 이날만큼은 '근엄함'을 유지했다. 이런 진 코치의 뒤를 아들 진승현은 졸졸 따라갔다.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한 얼굴엔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에 대한 반가움이 묻어났다.
뒤이어 시작된 경기. KIA는 3회초 롯데 선발 투수 찰리 반즈를 두들겨 4득점 빅이닝을 만들었다. 선두 타자로 나선 포수 한승택이 집요한 승부 끝에 안타를 만들며 빅이닝의 물꼬를 텄다. 지난해까지 KIA 배터리 코치로 한승택을 지도했던 진 코치에겐 뿌듯할 수밖에 없었던 장면.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6회말 이대호의 투런포로 추격 불씨가 살아나자 7회초 반즈에 이은 두 번째 투수로 진승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KIA 타선을 막고 추격 분위기를 이어가야 하는 중요한 역할. 앞선 5경기 4이닝에서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9.00에 머물렀던 진승현에겐 1군 생존의 시험대이기도 했다. 맞은 편 KIA 벤치에서 진승현이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는 진 코치의 머릿 속은 복잡해질 만했다.
진승현은 선두 타자 한승택에게 볼넷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김도영, 박찬호를 뜬공 처리한데 이어, 이창진까지 투수 땅볼로 잡고 아웃카운트 3개를 채우며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지난 9일 KT전 1이닝 무안타 무4사구 1탈삼진 무실점에 이은 또 한 번의 쾌투. 프로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아버지 앞에 선 자신의 성장세를 증명한 날이기도 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