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스포츠조선 이승준 기자] 21일 목동구장.
서울고 김서현(18)은 이날 관중석 한켠에 자리를 잡았다. 경기고-유신고 간의 제77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스포츠조선·조선일보·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을 지켜보기 위한 것. 하루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충암고와의 16강전에서 5⅓이닝 7안타 2볼넷(1사구) 6탈삼진 3실점(2자책점) 호투하고도 1대5로 패해 탈락한 그에겐 다른 팀의 경기를 지켜보는 건 적잖이 속쓰린 일. 김서현은 "양팀에 아는 친구, 후배를 응원하기 위해 왔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번 대회를 통해 김서현은 자신이 왜 '고교 최대어' 타이틀을 달고 있는지 증명했다. 155㎞ 직구 뿐만 아니라 투심,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선보였다. 특히 타원형 테의 안경을 쓰고 힘차게 공을 뿌리는 모습은 '원조 안경에이스'로 꼽히는 고 최동원 전 한화 감독을 떠올리게 했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어 안경을 쓴다. 모양이 좋아 이 테를 선택했다"고 밝힌 김서현은 "최동원 선수의 경기 기록, 과거 영상을 봤다. 좋아하는 선수다. 경기 운영 능력과 팀을 위해 던지는 모습 때문"이라고 말했다. 롤모델로는 LG 트윈스의 필승카드 정우영을 꼽으며 "사이드암인데도 공이 빠르다"고 경외심을 드러냈다.
2023 KBO 신인 드래프트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김서현의 이름은 더욱 뜨겁게 거론되고 있다. 야구계에선 김서현과 또 다른 최대어 심준석(18·덕수고)이 과연 어느 팀 지명을 받을지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미국 진출을 선언했던 심준석의 드래프트 참가 여부가 변수. 1라운드 첫 번째 순번인 한화 이글스의 선택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동기생인 김서현과 심준석은 이미 절친이 됐다. 김서현은 "(심)준석이가 먼저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신청했고, 나는 (심준석에게) DM을 보냈다"고 웃었다.
아깝게 놓친 청룡기 우승. 김서현은 고교 졸업 전 정상에 서길 열망하고 있다. 김서현은 "초중고 시절 야구를 하면서 우승이 한 번도 없었다. 아쉽다. 다음 대회에선 준비를 잘 해 우승을 노리겠다"고 다짐했다.
목동=이승준 기자 lsj0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