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넷플릭스 '블랙의 신부' 김정민 감독이 색다른 K-콘텐츠의 탄생을 알렸다.
김정민 감독은 20일 오전 스포츠조선과 화상 인터뷰에서 '블랙의 신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난 15일 공개된 '블랙의 신부'는 사랑이 아닌 조건을 거래하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 '렉스'에서 펼쳐지는 복수와 욕망의 스캔들을 그려냈다.
김 감독은 사랑과 결혼마저 상품화된 세태 속 권력의 정점에 선 사람들의 다양한 탐욕들을 작품 속에 담아냈다. 그는 "'결혼정보회사'라는 소재가 국내 시청자 및 해외 시청자들에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었던 요소"라며 "기존에 국내외 시청자들이 봐왔던 콘텐츠는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블랙의 신부'가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콘텐츠인 만큼, 빠른 속도로 극의 전개를 보여줬다. 이에 대해 "이 작품을 처음 의뢰받고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다고 했을 때, 장르에서 보여지는 특징적인 요소보다는 보통의 미드(미국 드라마) 형식처럼 속도감있게 표현하고 싶었다. 시청자들이 '블랙의 신부' 재생 버튼을 눌렀을 때 무조건 8부까지 정주행 할 수밖에 없게끔 작품을 만들어내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블랙의 신부'는 자극적인 소재에 비해 수위가 비교적 약한 편이 아닌가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복수와 욕망을 주로 다루지만, 인간의 삶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자칫 과하면 작위적으로 보여지지 않을까 우려스러웠다. 그래서 모든 배우들한테 현실성있고 힘을 뺀 연기를 부탁드렸다. 일부러 작품 수위 강약 조절을 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작품 속 상류층 결혼정보회사 '렉스'에서는 서로의 등급을 매긴 후, 최적의 배우자를 찾아 '결혼'이라는 계약을 맺는다. "아무래도 '결혼정보회사'가 이색적인 소재이기 때문에 직접 방문해서 인터뷰 미팅을 하기도 했었다"며 "결혼정보회사에 대해 들어보긴 했지만, 그 안에서 이뤄지는 시스템들이 상당히 비밀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특히 '블랙의 신부'에서는 최상위 등급을 '블랙'이라고 표현했지만 결혼정보회사 직원들은 '벨류'라고 말씀하시더라. 가면파티, 만남 자체가 실제로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작품의 주역인 김희선에 "스태프와 동료 배우들이 '중심에 있는 선배'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할 정도"라며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그는 "(김희선이) 촬영 전부터 준비도 많이 해오고 서혜승이라는 캐릭터에 몰입하고자 노력하셨다. 아무래도 연기 경력이 오래된 만큼 그의 관록이 현장에서 빛났다. 김희선이 다른 공간에서 잠시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촬영장 안에 있는 것이 혜승으로서 이 자리에 존재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 이러한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좋았다"고 전했다.
또 "촬영 현장에서 항상 밝은 표정으로 스태프들을 잘 챙겨주셨고 함께 소통하면서 작품을 완성해나갔다. 후배인 이현욱, 박훈, 차지연, 정유진과도 작품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선배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블랙의 신부' 배역 캐스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으로 "연기자와 캐릭터의 요소를 고려했을 때 가장 매력 있게 분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극 중 서혜승은 복수를 꿈꾸는 인물이지만, 주인공으로서 응원을 받아야 하는 존재감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김희선의 내적인 요소들이 시청자들에 진정성 있게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형주와 진유희, 차석진를 연기한 배우들은 제가 원래부터 작품을 함께 하고 싶었던 배우들이었다"며 "이형주라는 캐릭터는 이현욱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지닌 연기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진유희는 욕을 많이 먹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인데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밉상이어도 봐도 봐도 계속 보고 싶은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다. 이러한 요소들을 정유진이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주며 잘 소화해줬다. 그리고 제가 뮤지컬 공연 보러 갔다가 무대 위에 있는 차지연의 연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배우로서 무대를 장악하는 능력과 아우라가 최유선 대표를 표현할 때 조금도 부족한 부분이 없다고 생각했다. 차석진 역을 연기한 박훈은 서혜승을 향한 헌신적인 사랑으로 마치 '키다리 아저씨'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 많은 이들이 생각해왔던 풋풋한 첫사랑보다는 선이 굵고 더 호감형인 스타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연출가로서 가장 여운이 남는 캐릭터로는 '진유희'를 꼽았다. "사실 작품 안에 있는 캐릭터들이 모두 소중하지만 그중에서도 정유진이 연기한 악역 캐릭터인 진유희가 가장 마음에 남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현장에서도 정유진한테 진유희는 욕을 많이 먹을 캐릭터라고 말한 적 있다. 연출자로서 바라봤을 때, 악역을 맡은 배우가 시청자들에 욕을 많이 먹는 것은 극의 몰입도가 점점 더 올라갔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진유희는 신분 상승만을 위한 캐릭터는 아니다. 아버지에 대한 결핍으로 복수가 시작된 인물이기 때문에 다채로운 면모를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랙의 신부' 마지막 회에서는 박지훈이 등장해 시즌2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김 감독은 "'블랙의 신부' 마지막 장면에서는 열린 결말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이 작품이 '결혼정보회사'라는 소재를 갖고 있는 동시에, 인간의 욕망을 표현한 작품이지 않나. 어쩔 수 없이 인간의 욕망은 시작될 수밖에 없고 다 채워질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시즌2에서 캐릭터의 연령대가 한층 어려진다는 부분은 아직까지 특별히 염두하거나 생각한 건 없다"고 밝혔다.
끝으로 김 감독은 "'블랙의 신부' 역시 호불호가 많이 갈릴 거라고 예상한 작품이다. 배우들의 흡입력 있는 연기와 '결혼정보회사' 소재를 통해서 흥미롭게 잘 표현된 작품으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