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핫포커스]이정후는 정말 아버지 이종범을 넘어섰나?

by

"이미 아들이 20대 시절 나를 넘어섰다."(아버지 이종범)

"아직은 아니다. 20대 시절 아버지는 정말 대단했다. 내가 넘볼 수 없는 존재였다."(아들 이정후)

아버지는 아들이 이미 자신을 넘어섰다고 하는데, 아들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버지는 최동원 선동열 이승엽과 함께 프로야구 40년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최고 선수 4명에 선정됐고, 프로 6년차 아들은 이미 레전드급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말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24)는 같은 나이 때 아버지 이종범(52)을 넘어선 걸까. 부자간에 24년의 프로 시차가 있고, 야구 스타일이 달라 비교가 쉽지 않다. 아버지는 건국대를 거쳐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했다. 아들은 휘문고를 졸업하고 히어로즈 선수가 됐다. 또 20여년의 세월을 두고 야구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다. '야구천재' 아버지처럼 아들도 경기를 쥐락펴락하는 능력자로 성장했다.

프로 6년차 이정후를 기준으로 둘의 성적을 비교해보자. 감안해야할 점이 있다. 이정후가 아버지처럼 대학 진학 후 프로에 진출했다면 프로 2년차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20일 현재 이정후는 통산 741경기에 출전해 2913타수 989안타, 타율 3할4푼 51홈런 420타점 490득점 60도루 OPS 0.892를 기록했다. 데뷔 시즌부터 주전으로 나서 지난 해까지 5년 연속 3할2푼 이상, 160안타 이상을 때렸다. 지난 해 3할6푼을 찍고 타격 1위, 2019년에는 193안타를 치고 안타 2위에 올랐다.

올 시즌에는 전반기까지 타율 3할3푼1리, 106안타 15홈런 63타점 OPS 0.971을 기록중이다. 타격 5위, 안타 3위, 홈런 공동 5위, 타점 4위다. 컨택트 능력에 비해 파워가 부족했는데, 올해는 홈런생산능력까지 업그레이드 했다. 신인 첫해부터 이정후처럼 기복없이 꾸준하게 최고성적을 낸 사례가 또 있을까.

양상문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SPOTV 해설위원)과 송진우 전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는 이 24세 외야수를 프로야구 40년 올타임 외야수 베스트에 올렸다.

이종범은 1993년 데뷔해 1997년까지 5년을 뛰고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했다. 5년간 551경기에 나서 2146타수 713안타, 타율 3할3푼2리 106홈런 315타점 455득점 310도루를 기록했다. 1994년 3할9푼3리-196안타-113득점-84도루를 기록해 4개 부문 1위에 올랐다. 1997년에는 30홈런을 때려 홈런 2위까지 했다.

아버지는 강한 어깨, 정교한 타격능력, 파워, 스피드 등을 모두 갖춘 최고타자였다. 아들은 최고의 컨택트 능력에 클러치 능력을 갖고 있고, 파워가 좋아지고 있다.

염경엽 전 SK 와이번스 감독(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스타일이 상당히 다른데, 이정후가 아버지 그늘을 벗어난 것은 확실하다. 6년 만에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했다. 아버지처럼 야구천재다. 앞으로 아버지를 뛰어넘을 것이다"고 했다.

아버지에 비해 화려함은 덜하지만 이미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설명이다. 올 시즌 이정후는 3번 타자로 타선을 이끌고 있다. 사실상 팀을 대표하는 리더다.

기록이 보여주는 아버지와 아들의 가장 큰 차이는 스피드. 현역시절 '30(홈런)-30(타점)'을 세 차례 달성한 박재홍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다른 시각으로 봤다.

"시대에 따라 트렌드가 바뀐다. 예전에는 도루가 중요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부상 우려가 있어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정후는 스피드가 다소 떨어질지 몰라도 득점찬스에서 해결능력이 뛰어난 클러치 히터다"고 했다.

홈런에 대해선 "대학을 거쳤다면 대졸 2년차다. 그 나이에는 훈련을 계속하면 몸이 커지고 근육조직이 바뀐다. 입단했을 때 슬림했던 몸을 생각해보라. 앞으로 홈런수가 증가할 것이다"고 했다. 박 위원 또한 프로 연차를 기준으로 부자가 대등한 수준이라고 했다.

김성한 전 KIA 타이거즈 감독(광주 CMB 해설위원)은 조금 더 냉철하게 바라봤다. "이정후가 정말 좋은 선수지만 강력한 플레이로 경기를 지배했던 아버지 수준에는 아직 못 미치는 것 같다. 장기적으로는 아버지 업적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아버지는 일본프로야구에서 3년 반을 뛰고 돌아왔다. 성공적인 해외진출이라고 보긴 어렵다. 아들은 아버지와 달리 메이저리그를 바라보고 있다. 어느 시점에선가 부자의 우열이 가려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이정후가 아버지를 넘어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