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해수욕장에서나 볼 법한 대형 파라솔까지 세웠다. 그러나 한낱 찜통 더위를 피하기엔 역부족이었다.
19일 목동구장. 중앙 테이블석엔 피서철 해수욕장처럼 대형 파라솔이 줄지어 서 있었다. '흙속의 진주'를 찾기 위해 집결한 KBO리그 10개 구단 스카우트팀이 주인. 지난 12일 개막한 제77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스포츠조선·조선일보·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에 나선 각 학교 유망주들이 이들의 체크 대상이다.
테이블 풍경은 대부분 비슷했다. 각 선수 데이터 및 영상을 확인하기 위한 노트북과 구속 측정을 위한 스피드건이 나란히 놓여 있었고, 한켠엔 휴대용 선풍기가 세차게 돌아갔다. 파라솔로 그늘을 만들고 선풍기까지 힘차게 돌렸지만, 더운 공기 속에 이미 각팀 스카우트팀 직원들은 녹초가 돼 있었다.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채 나타난 한 팀 스카우트는 "보통 일이 아니긴 하다"며 지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지치는 날씨지만, 일손을 놓을 순 없는 일. 특히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2023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이들의 손과 눈은 더욱 바빠지고 있다. 대부분의 구단들이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10라운드까지 선수들을 점찍은 가운데, 이번 대회를 마지막 점검 기회로 여기고 있다.
청룡기 16강엔 이들의 체크리스트에 포함된 선수들의 출신교들이 대부분 진출했다. 특히 20일엔 이번 드래프트 최대어로 꼽히는 김서현(서울고), 심준석(덕수고)이 나란히 16강전에 출격한다. 이들 외에도 세광고, 충암고, 장충고, 광주일고 등 다수의 유망주가 포진한 명문교들이 차례로 16강 격돌에 나선다. 한 팀 스카우트는 20일 16강 일정을 두고 "하루에 4경기를 봐야 하는데, 아마 이번 대회 들어 제일 바쁜 날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청룡기는 20일까지 16강전을 진행한 뒤, 21~22일 8강, 23일 4강전을 각각 치른다. 대망의 결승전은 25일 오후 6시30분 목동구장에서 펼쳐진다.
목동=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