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지도자 되고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적토마' 고정운 김포FC 감독(56)의 미소였다. '신생팀' 김포의 돌풍이 계속되고 있다. 김포는 17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1대0 승리를 챙겼다. 순위는 중위권인 7위. 벌써 시즌 7승(7무11패·승점 28)째다. 잡은 팀도 광주FC, 전남 드래곤즈, 부산 아이파크, 경남FC 등 K리그1(1부)을 경험했던 강호들이다. 무엇보다 꾸준히 승리를 쌓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잘 나가는 김포, 그 속에 '적토마'의 '행복론'이 있다. 고 감독은 현역시절 알아주는 스타플레이어였다. K리그 신인상, MVP 등을 차례로 거머쥐며 K리그를 정복했떤 고 감독은 월드컵에서도 뛰었고, 유럽에서 오퍼까지 받으며 당대를 풍미했다. 하지만 지도자 변신 후에는 좀처럼 웃지 못했다. 선문대 감독직을 통해 데뷔한 고 감독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오가며 지도자 생활을 했다. 2018년 FC안양에서 프로 감독이 됐지만, 1년 밖에 기회를 얻지 못했다. 가능성을 보였지만, 경기장 안팎의 문제들이 겹쳤다. 지도자가 된 후 고 감독은 줄곧 불운한 시간들을 보냈다.
터닝포인트는 2020년이었다. 고 감독은 K3리그에 있는 김포 지휘봉을 잡았다. 고 감독은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고 감독은 현역시절처럼 앞만 보고 달렸다. 지론인 공격축구를 이식시켰다. 조금씩 성과가 나왔다. 2021년 K3리그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내로라 하는 내셔널리그 출신 팀들을 모두 제치고 이뤄낸 결과였다. 김포는 그 사이 프로화 작업을 진행했고, 고 감독은 2022년 다시 한번 K리그 무대에 입성했다.
고 감독은 '행복 축구'를 외치고 있다. 단지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외로웠던 이 전과는 달리 든든한 조력자가 있었다. 서영길 대표이사와 권 일 대외협력 부단장은 고 감독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서 대표와 권 부단장은 고 감독이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도움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셋은 틈날 때마다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자리를 갖는다. 프런트와 감독이 아닌 '형제' 같은 사이다. 프런트와의 갈등을 수없이 보고, 또 직접 경험했던 고 감독인만큼, 자신이 행복하게 축구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숨기지 않는다.
무엇보다 고 감독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선수들이다. 김포는 K리그에서 가장 몸값이 '싼' 스쿼드를 갖고 있다. 핵심 선수들의 연봉이 3000~4000만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고 감독은 K리그에 올라왔지만, K3리그에서 함께 하던 선수들을 중용하고 있다. 고 감독의 지도 속 한단계 성장한 이들은 엄청난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고 감독은 "K3부터 함께 한 선수들이 K리그2에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이를 보고 K리그 팀에서 오퍼가 오고. 이런 게 보람이 아닌가 싶다. 물론 완성된 팀에서 하면 편할 수 있겠지만,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과정 속 선수들과 가슴으로 이야기하고, 함께 울고 웃고 있다. 이런 과정을 3년 동안 겪다보니 서로에 대한 믿음이 쌓였다. 너무 행복하고 선수들한테도 고맙다"며 웃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