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가장 좋을 때 조심해야 한다'는 스포츠계의 격언이 있다.
역설적이지만 최고의 컨디션일때 부상이나 퇴장 등으로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꽤 있다. '수원 메시' 이승우(수원FC)가 그랬다. 이승우는 16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22라운드에서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이승우는 이날 그야말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K리그 입성 후 최고의 컨디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터치는 예술이었고, 한두명을 제치는 것은 우스웠다. 크로스 등 킥감각도 기가 막혔다. 후반 2분 터진 역전골에서의 움직임과 마무리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승우는 하프라인에서 라스에게 절묘하게 볼을 돌렸고, 후방부터 페널티박스까지 놀라운 속도와 움직임으로 질주했다. 무릴로의 스루패스를 멋지게 잡은 이승우는 골키퍼를 보고 환상적인 마무리로 시즌 10호골을 신고했다.
이승우의 역전골로 2-1로 경기를 뒤집은 수원FC는 김대원 양현준 콤비에 연속골을 허용하며 2-3으로 다시 리드를 내줬다. 하지만 직전 FC서울전 대역전승의 기운이 남아 있는데다, 무엇보다 이승우가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만큼, 다시 경기를 바꿀 있다는 기대감이 수원종합운동장을 감쌌다. 하지만 이승우의 어이없는 행동 하나로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다.
후반 28분 코너킥 상황에서 문전에서 자리싸움을 하던 이승우는 뒤에 있던 강원 수비수 김진호의 가슴팍을 왼쪽팔로 가격하며 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VAR(비디오 판독)에 의한 온필드 리뷰가 진행됐고 주심은 이승우에 처음에 줬던 경고를 취소한 후 레드 카드를 꺼냈다. 이날 경기를 주도하던 이승우가 추격의 불씨를 스스로 꺼버렸다. 숫적 열세에 놓은 수원FC는 추가시간 이정협에게 한골을 더 내주며 2대4로 패했다. 6경기 무패(5승1무)도 허무하게 마감됐다.
사실 김도균 감독은 이전부터 여러차례 이승우에게 그라운드에서 흥분을 가라앉히라는 뜻을 여러차례 전했다. 이승우는 이전에도 감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거나, 심판에 강하게 어필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김 감독은 "나와서는 안될 장면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퇴장이다. 이날 승우가 진짜 컨디션이 좋았다. 날씨가 선선해서 잘할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그 이상이었다. 이럴때일수록 조심했어야 하는데, 참 아쉬운 퇴장"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이어 "감정을 콘트롤할 수 있어야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잘못된 행동 하나가 자신은 물론 팀을 망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