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영원한 뉴욕의 연인' 데릭 지터가 양키스 시절 동료였던 알렉스 로드리게스에 대해 차가운 속내를 드러냈다.
USA투데이는 17일(한국시각) "로드리게스는 내 진짜 친구가 아니다"라는 지터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는 지터가 ESPN의 7부작 다큐멘터리 '캡틴'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인터뷰를 통해 드러낸 속내다. '캡틴'의 감독 랜디 윌킨스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진솔한 인터뷰를 해준 두 사람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캡틴'에는 라이벌이었던 지터와 로드리게스간의 경쟁심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매체는 '두 사람은 서로를 존중하는 사이지만, 여전히 차가운 관계'라고 전했다.
지터는 21세기 양키스를 상징하는 선수다. 은퇴한지는 벌써 8년이 지났지만, 아직 지터를 넘어선 전국구 스타는 나오지 않았다는 게 현지 매체들의 평. 포스트시즌, 특히 월드시리즈만 되면 더 강해지는 클러치히터로, 우승반지만 5개에 달한다. 자신의 3000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하는 등의 스타성 또한 단순히 야구선수가 아닌 슈퍼스타의 자질로 평가된다.
데뷔 초에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로드리게스, 노마 가르시아파라와 함께 아메리칸리그 3대 유격수로 불렸지만, 지터는 평생을 유격수로만 뛰었다. 양키스 원클럽맨이기도 하다. 반면 가르시아파라는 30대로 접어들자 쇠락했다. 반면 로드리게스는 지터 이상의 기록을 쌓았지만, 약물 논란에 얼룩졌다. 팀을 양키스로 옮긴 뒤 3루수로 전향한 것도 지터와는 다른 점.
로드리게스는 1994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데뷔, 2016년 양키스에서 은퇴하기까지 23시즌 동안 활약했다. 통산 3115안타 696홈런 2086타점 등 쌓은 이정표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그는 2001년 텍사스 레인저스 이적 후 "지터는 2번타자다. 클린업트리오와 비견될 수 없는 선수"라고 혹평하는가 하면, "지터가 나보다 뛰어난 부분이 있다면 말해달라"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등 강렬한 라이벌 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지터는 ESPN과의 인터뷰에서 "기록 면에선 로드리게스와 비교할 수 없다. 난 장님이 아니다.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내 생각에 친구는 서로에게 의리를 지키는 사람을 가리킨다. 난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난 로드리게스가 진짜 친구가 아니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2004년 로드리게스가 양키스에 합류한 뒤에도 대화를 나누는 일이 거의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로드리게스는 현역 시절에도 입담이 센 선수로 평가됐다. 은퇴 후에도 해설가로 미디어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반면 지터는 은퇴 후 마이애미 말린스 사장으로 일했지만 지난 2월 사임했다. 현역 선수들이 직접 칼럼을 쓰는 '플레이어스 트리뷴'이란 매체를 만들기도 했다.
두 선수의 위치는 미국야구 명예의전당(Hall of Fame)에서 극적으로 갈린다. 지터는 2020년 첫턴에 397표중 396표를 받아 헌액된 반면, 로드리게스는 입성에 실패했다. 배리 본즈와 로저 클레멘스가 결국 10년째 시도에서도 물을 먹은 만큼, 로드리게스의 향후 전망도 밝아보이지 않는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