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닷컴 정유나 기자] '금쪽상담소' 정호근이 무속인으로 살아가는 고충을 털어놨다.
15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서는 배우 겸 무속인 정호근이 고민을 털어놓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30년 차 베테랑 '배우'에서 8년 차 '무속인'이 된 정호근이 등장했다. 정호근은 상담에 앞서 매의 눈으로 한 사람씩 응시했다. 그는 갑자기 신기가 온 듯 위를 한번 지그시 보더니 다시 오은영을 바라보며 "오 선생님은 딱 뵀을 때 화면이 확실히 실물의 눈과는 전혀 다르게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실물의 눈은 굉장히 고혹적이고, 사람의 마음이 굉장히 편안해진다. 선생님 눈이 보물이다"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정호근은 "내가 보기엔 새롭게 집을 크게 장만하거나 병원 증축한다거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내가 열거한 것 중에 해당 사항이 있냐"고 물었고, 오은영은 미소를 지으며 "있을 거 같다"고 답했다.
이에 박나래는 결혼 상담을 했고, 정호근은 "조금 기다리라. 올해와 내년에 인연이 생겨도 눈에 콩깍지가 씌면 안된다. 기다리면 더 좋은 배필이 올 것이다"라고 박나래의 '결혼운' 점사를 봤다.
예상치 못했던 무속인 고객님의 등장에 정형돈은 오은영에게 정신의학과에서 보는 '신내림'에 대해 질문하기도. 이에 오은영은 '신내림'은 질병·진단 분류에 포함된 치료해야 하는 질병과는 엄연히 다른 현상인 '빙의' 자체라 설명했다.
정호근은 "어린시절부터 신기가 많았다. 9세부터 끼가 있었다"며 "신병을 겪으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통증을 겪는다. 결국 신병을 멈추기 위해 내림굿을 받았다. 그래도 금방 아픈게 낫지 않더라.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씻은듯이 통증이 사라지더라. 힘은 과정을 겪은 후에야 무속인의 길로 제대로 들어섰다"고 밝혔다.
이날 정호근은 "무속인 상담가로서 힘든 이야기만 듣고 사니, 삶이 지친다"라는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몸소 영적 기운을 느끼면서 겪는 다양한 몸의 고통으로, 밥알이 모래알처럼 씹힐 만큼 기력을 잃어간다고 호소했다. 정호근은 "너무 몸이 피곤하다. 이러다 제명대로 살겠나 싶다. 밥도 안먹히고 살도 쭉쭉 빠진다. 최근들어서도 6kg 빠졌다. 몸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상담하다보면 사망 당시의 고통이 전달된다. 토할 정도로 역한 기운도 느껴진다. 암 환자의 고통까지 경험했다"며 "때로는 일하기 겁난다. 그렇게 고통을 참고 상담을 끝내고 나면, 고객들이 '점 하나도 못본다'고 대놓고 비난하기도 한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조차 매우 힘든 직업이다"고 토로했다. 취미로 자전거 타기를 시작했지만, 쉬는 날에도 사람들에게 연락이 오는 탓에 스트레스가 다 해소되지 않는다고.
또한 정호근은 나도 모르게 예언을 내뱉어 버리고 불안한 마음에, 뱉은 말을 책임질 수 있도록 신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며, 가슴 졸이는 일화들을 고백해 예상치 못했던 무속인으로서의 고민을 털어놔 오은영과 수제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에 오은영은 정호근이 '강박적'으로 타인에게 도움을 주려는 사람이라고 지적하고 나보다 '타인이 우선인 삶'을 살며 타인의 운명까지 책임지려고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은영은 "과도한 책임감을 안고 있는 것 같다. 그러한 강박이 '나'를 해치게 되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신내림을 받게 된 사연에 대해 정호근은 "촬영장에서 본격적으로 무언가 보이기 시작하더라. 도저히 연기에 집중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하기 때문에 티 내지 않고 참았다"며 "내가 (신을) 받지 않으면 자식들에게 내려간다고 하더라. 자식들이 신내림을 겪게 할 수 없었기에 내가 내림굿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정호근의 책임감의 근원을 찾기 위해 배우 정호근과 아빠 정호근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 오은영은 그가 '첫째 딸'과 '막내아들'을 먼저 떠나 보내고 죄책감에 죽음을 선택하려고 했던 일화를 알게 됐다. 오래전 가족을 잃고 느꼈던 뼈저린 아픔이 정호근의 강박적 책임감의 시작이 아니었을지 짚어냈다.
정호근은 "오남매 중에서 첫째 딸과 막내 아들을 잃어버렸다. 큰딸은 미숙아로 태어나 폐동맥 고혈압을 앓다가 생후 27개월만에 세상을 떠났다. 막내 아들은 쌍둥이로 태어났는데 미성숙아로 태어나 3일만에 죽었다. 수술 후에도 회복되지 않아 고통스러워했다. 울면서 그 녀석을 묻었다"며 "아이들이 세상을 떠난게 나 때문인것 같은 생각도 한다. 아이를 먼저 보내면 집안이 난장판이 된다. 부부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싸우고 술 마신다"고 자식을 잃고 힘들었던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어느날 큰 딸이 너무 그리워서 나도 죽으려고 차가 빠르게 달리는 도로를 찾았다. 그런데 차에 뛰어드는 순간 차 경적 소리에 주저 앉았다. 그 순간 아내의 얼굴이 보이는데 아내가 울고 있더라. 집에 가보니 아내가 나의 위험한 행동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울고 있었다"고 죽음을 선택하려고 했던 지난날을 고백했다.
이에 오은영은 "의사로서 봤을때 아이들이 세상을 떠난건 정호근 씨 탓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부모로서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지나친 책임감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걸 '아틀라스 증후군'이라고 한다. 제대로 된 휴식 없이 고충을 떠안은 채 완벽한 부모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짚어냈다.
30년간 배우 생활을 했던 정호근. 그는 "그때는 날아다녔다. 똑 부러지게 연기했다. 전쟁터에 나서는 각오로 배우 생활을 했다. 지금 연기를 다시 한다면 인생을 녹여낸 연기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긴 하다"며 다시 태어난다면 '배우'와 '무속인' 중 어떤 직업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배우가 되고 싶다. 배우 생활을 30년 넘게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무당이 됐는데, 기가 막힐 노릇 아니냐"고 답했다.
정호근은 무속인이 된 이후 직업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많았음을 토로했다. 그는 "드라마에서 더이상 나를 안 부르더라. 무속인은 드라마에 출연 금지 시키라는 조항이 있다더라"고 끊겨버린 드라마 캐스팅에 대해 고백했다. 또한 무속인이 되고 배우 동료들과의 관계도 다 끊어졌다며 "동료들이 전화도 안 받더라. 홍해 갈라지듯이 내 곁을 떠났다. 내 무당이라는 직업이 왜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아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박수 받던 배우에서 이유 없이 손가락질 받는 무속인이 된 지난 10년간의 삶이 뼈저리게 외로웠음을 털어놨고, 이에 오은영 박사는 "너무나 외롭고 고립된 삶이었다"라고 진심으로 위로했다.
'나'를 위해 살아본 적 없다는 정호근에게 오은영은 '인간 정호근'으로서의 삶을 응원했다. 정호근은 '인간 정호근'으로서 하고싶은 일을 묻는 질문에 "좋은 카메라를 사고, 아내에게 더 잘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한달 동안만 즐겼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jyn20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