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성덕(성공한 덕후) 그 자체다. 배우 류준열(36)이 신인 시절부터 소원했던 충무로 최고의 이야기꾼 최동훈(51)을 만나 훨훨 날았다.
SF 판타지 액션 영화 '외계+인'(최동훈 감독, 케이퍼필름 제작) 1부에서 신검을 손에 넣으려는 얼치기 도사 무륵 역을 연기한 류준열이 15일 오전 스포츠조선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외계+인' 시리즈를 선택한 이유부터 작품에 쏟은 열정까지 모두 털어놨다.
'외계+인'은 올여름 텐트폴 첫 번째 작품으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동훈 감독의 첫 SF 작품이자 시리즈로 제작 단계부터 많은 화제를 모은 '외계+인'은 영화 내내 통통 살아 숨 쉬는 캐릭터와 고려와 현대, 인간과 외계인의 신박하고 절묘한 만남으로 지금껏 본 적 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최동훈 표 캐릭터 작법을 유려하고 맛깔나게 소화한 충무로 대세 스타들의 캐릭터 플레이가 '외계+인'의 백미 중의 백미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시작으로 '더 킹'(17, 한재림 감독) '택시운전사'(17, 장훈 감독) '독전'(18, 이해영 감독) '봉오동 전투'(19, 연신연 감독) 등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장르를 불문한 탄탄한 필모그래피로 충무로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한 류준열이 '외계+인' 1부로 최동훈 감독과 첫 호흡을 맞춰 눈길을 끌었다. 류준열은 신검을 손에 넣으려는 얼치기 도사 무륵을 소화, 어설픈 재주와 도술로 신검을 차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을 개성 넘치는 연기와 인간적인 유머를 더해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이날 류준열은 '외계+인'의 첫인상에 대해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뭐지?' 이런 느낌이 들었다. 방대한 세계관과 과거와 현재가 오가는 이야기가 신기했다. '이런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러다 2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왈칵 눈물이 쏟아지기도 했고 짜릿함도 느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류준열은 최동훈 감독을 향한 굳은 신뢰로 '외계+인'을 선택했다고. 그는 "신인 시절 이야기다. 백창주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신인 당시 '어떤 배우, 어떤 작품을 하고 싶냐?'라는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그때 '최동훈 감독과 작품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잊고 있었는데 '외계+인' 캐스팅 단계에서 백 대표가 과거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순간 격한 감정이 느껴졌다. 너무 즐겁고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감정이 들었다. 최동훈 감독에도 쑥스러워 이야기를 못한 에피소드다. '외계+인' 3부, 4부, 그리고 드라마가 나온다면 내가 보여주지 못 한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다음 최동훈 감독의 작품에도 출연할 수 있길 소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족도에 대해서도 솔직했다. 그는 "최동훈 감독 영화는 늘 재미있고 캐릭터가 자유분방하지 않나? 그런 부분이 만족스러웠다. 촬영장 현장 분위기도 영화 속 분위기와 유사했다. 촬영하고 1년이 지났지만. 영화를 보면서 '좋다' '아쉽다'를 떠나 신 마다 재미있게 촬영했고 그날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생각나면서 울컥했다. 관객들도 우리의 그런 부분이 스크린을 통해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고려 말 자칭 그 유명한 '마검신묘'이지만 현실은 어설프게 남의 도술을 흉내 내는 얼치기 도사로 코믹한 연기를 펼친 류준열은 "최동훈 감독과 처음 이야기를 했을 때 '얼치기'란 이야기를 나눴다. 단어가 마음에 들었다. 얼치기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 어딘가'라고 하더라. 그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사람은 한없이 좋을 수만은 없지 않나? 인간적인 면모가 좋았고 과거와 현대의 중간에 있는 것 같아 좋았다. 또한 무륵이라는 이름도 일반적이지 않아 좋았다. 그 시대에 있을 법한, 앞서간 이름 같았다"고 애정을 보였다.
류준열은 무륵을 소화하기 위해 1년간 머리를 길었던 사연도 털어놨다. 그는 "실제로는 가장 짧은 머리를 선호한다. 관리가 편하고 시원시원한 모습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그래서 머리를 길었을 때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로서 행복한 순간이었다. 긴 머리의 내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도 깜짝 놀라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 여러 경험을 했다. 만약 '외계+인'이 3부, 4부를 이어간다고 했을 때 관객이 긴 머리의 무륵을 또 보고 싶어 할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이어 "무륵과 실제 모습이 비슷한 부분도 있다. 무륵을 연기하기 위해 기계체조를 배우기도 했는데 기계체조 선수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을 보내며 깔끔한 착지를 위해 매우 애쓰는 모습이 보게 됐다. 쉽지 않더라. 정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일이었는데 그 부분이 내겐 더 쉽지 않았다. 올림픽에서 따는 메달은 그냥 따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고 곱씹었다.
무협, 도술 액션을 소화하기 위해 기계체조를 배웠다는 류준열. 그는 "칼, 와이어 액션이 나온 영화는 거의 다 보려고 했다. 최동훈 감독과 수많은 영화를 보면서 세세하게 고민하려고 했다. 이번 액션은 전에 보여준 액션과 많이 다른 것 같다. 일단 현장에 출근을 하면 와이어부터 입는다. 와이어로 시작해 와이어로 끝나는 액션을 많이 했다"며 "와이어 액션은 나 외에 줄을 당겨주는 스태프와의 호흡이 필요하다. 영화를 만드는 작업과 비슷한 것 같다. 그래서 밸런스를 많이 신경 쓰려고 했다"며 "데뷔 후 몸무게를 항상 유지했는데 '외계+인' 액션을 촬영하다 처음으로 몸무게가 5kg 정도 빠지기도 했다. 그 해 비가 많이 왔는데 촬영하는데 수월하지 않았다. 땀을 너무 많이 흘러 도포 자락의 옷을 여러 벌 갈아입었고 속옷도 하루에 2~3번 갈아입을 정도로 땀을 많이 흘렸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더불어 기계체조를 배운 일화에 대해 "영화를 준비하면서 기계체조를 배우기도 했다. 선수, 입시생들과 같이 준비하면서 에너지도 받고 운동을 하는 분들에게 경외심이 생겼다. 1년간 준비 기간이 있어서 머리도 길어보고 액션 준비도 할 수 있었다. 내가 직접 참여한 날 것의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은 백 덤블링 정도 가볍게 할 수 있는 몸이 된 것 같다"
함께 호흡을 맞춘 '외계+인'의 동료들에 대한 애정과 신뢰도 남달랐다. 류준열은 '리틀 포레스트'(18, 임순례 감독) 이후 다시 만난 김태리를 향해 "김태리가 앞선 인터뷰를 통해 나를 향한 격한 애정을 고백했는데 나 또한 격하게 애정 하는 배우다. 서로가 동료라는 느낌이 확실히 드는 친구인 것 같다. 쉴 때는 동네 친구, 축구팀 형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는 편이었는데 과거 '돈'(19, 박누리 감독) 촬영 때 유지태 선배가 좋은 이야기를 해준 뒤 바뀐 부분도 있다. 당시 유지태 선배가 '주변의 동료와 가깝게 지내고 동료를 친구로 많이 만들어 둬라'고 조언해줬다. 배우가 또 다른 배우를 친구로 두며 나누는 이야기들, 서로의 작품을 모니터해주면서 나누는 이야기가 정말 많이 도움이 된다. 마음의 위안도 된다. 그런 부분에서 김태리와 많이 나누고 있다. 이번에 다시 같은 작품을 하면서 더할 나위 없이 힘이 많이 됐다. '리틀 포레스트'는 서로 너무 신인이고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이번에는 더 가까워지면서 작품을 하니까 착착 호흡이 맞은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첫 호흡을 맞춘 김우빈에 대해 "현대 쪽 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기회가 없었다. 내 촬영이 없을 때 놀러 간 현장에서 김우빈을 만났다. 만나기 전 김우빈은 도시적이고 시크한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엄청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이더라. 가드에서는 세련된 모습이, 썬더에서는 따뜻한 모습이 다채롭게 표현된 것 같다. 김우빈이 너무 잘 소화한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류준열은 "'외계+인'은 시도 자체가 놀랍다. 최동훈 감독 집에 가보면 한쪽 벽이 책들로 빼곡하게 쌓여 있다. 옛 고전부터 내가 어렸을 때 봤던 만화, 소설까지 다양하게 있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 같은 책이 가득하다. 이런 게 쌓여서 '외계+인' 같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게 된 것 같다. 옆에서 얼마나 고민하고 애를 쓰며 영화를 만드는지 알게 됐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게 감동적이고 놀라웠다"고 평했다.
'외계+인'은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소지섭,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이하늬, 신정근, 이시훈 등이 출연했고 '타짜' '전우치' '도둑들' '암살'의 최동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0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