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겸 롯데 자이언츠 구단주가 오랜만에 사직구장을 찾았다. 오늘만큼은 팬의 마음으로 사직 팬들과 하나가 되어 어우러졌다.
신동빈 회장은 13일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가 맞붙은 부산 사직구장을 찾았다.
신 회장의 사직 방문은 2015년 9월 11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2497일만이다. 그 사이 롯데는 이대호가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2017년 한 해를 제외하고 모두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사직이 아닌 야구장 방문은 지난해 4월 27일 롯데 구단 응원차 찾은 잠실 LG 트윈스전이 마지막이었다. 신 회장은 이날도 롯데의 패색이 짙어지자 일찌감치 경기장을 떠난 바 있다.
롯데그룹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이하 부산엑스포)를 그룹의 터닝포인트로 주목하며 유치를 위해 전사적 역량을 모으고 있다. 신 회장은 다음날로 예정된 하반기 롯데그룹 경영전략회의와 더불어 이날 사직구장에서 열린 부산엑스포 유치 기원 이벤트 '플라이 투 월드 엑스포(FLY TO WORLD EXPO)' 참석을 위해 현장을 찾은 것. 경기전 외야석에는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롯데가 응원합니다'라는 대형 통천이 펼쳐졌다.
이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조문을 마치고 부산을 찾은 신 회장은 오후 6시 20분을 넘긴 시각 사직구장에 도착했다. 8명의 롯데그룹 고위 임원과 수행원들이 동행했다.
이날 롯데 선수단은 부산을 상징하는 빨간색 동백유니폼에 부산엑스포 유치기원 패치를 붙인채 경기에 임했다. 신 회장 역시 보랏빛 셔츠 위에 동백유니폼을 입고 한마음으로 관람에 임했다.
신 회장 일행은 야구장 백스톱 위쪽 오른편의 스카이박스에서 경기를 관람하다 롯데의 4회말 공격이 진행될 즈음 2층 야외 테이블석으로 나섰다.
공교롭게도 신 회장이 관중석으로 나오자마자 0-0 팽팽한 균형이 깨지며 롯데가 리드를 잡았다. 황성빈과 이대호의 연속 안타로 만든 무사 1,3루에서 전준우의 안타성 땅볼로 롯데가 선취점을 따냈고, 뒤이어 한동희의 1타점 2루타로 2점째를 뽑았다. 신 회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현장을 찾은 1만 188명의 롯데팬들은 '돌아와요 부산항에'와 '롯데송'을 합창했다.
롯데 선발 반즈는 실점없이 6회까지 3안타 무실점 6K, 투구수 88구로 호투하며 신 회장을 기쁘게 했다. 시종일관 박수를 치며 뜨겁게 롯데를 응원하던 신 회장은 6회말 1사 3루 찬스가 후속타자 범타로 무산되자 고개를 뒤로 젖히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는 8회초가 시작되기 전, 오후 8시 25분쯤 테이블석을 떠났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