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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승환의 시대는 저무는 것인가 [김 용의 어젯밤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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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이대로 오승환의 시대가 저무는 것인가.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이 당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라는 건 이견이 없는 사실이다. 2005년 단국대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 루키 시즌부터 10승1패11홀드16세이브라는 걸출한 성적을 남기며 신인상을 차지했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MVP를 차지했다. 칠 테면 쳐보라는 식으로 거침없이 뿌리는 그의 '돌직구'에 선배 타자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2006년부터는 부동의 마무리로 최고의 업적을 쌓았다. 개인 성적, 수상 등은 설명하면 입만 아프다. 류중일 감독 시절 삼성의 한국시리즈 4연패 당시 3시즌 우승을 이끌고 일본 무대로 진출했다. 일본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고 꿈의 무대라는 미국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했다. 30대 중반 늦은 나이에 진출했지만, 미국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줬다. 국가대표팀 경기의 중요한 순간에도, 늘 오승환이 마운드를 지켰다.

그렇게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오승환은 '돌부처'로서 기복을 보이지 않았다. 늘 최고였다. 나이를 이겨내는 그의 운동량에 선천적으로 타고는 힘은 후배들이 따라올 수 없었다.

하지만 40세가 넘으니, 천하의 오승환도 힘에 부치는 듯 보인다. 최근 모습은 충격적이다. 12일 KT 위즈전에서 연속 솔로포를 내주며 충격의 역전패를 허용한 건 대단히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오승환이 무너지며 삼성도 역사에 남을 10연패를 당했다.

이 경기 뿐 아니다. 사실상 7월 들어 3경기 연속 블론 세이브라고 봐도 된다. 6일 LG 트윈스전에서 무너졌고, 9일 SSG 랜더스전에서도 8회 3볼넷에 3타점 3루타까지 허용했다. 삼성이 8회말 동점을 만들어 겨우 패전을 면했다.

결과도 물론 중요하지만, 과정이 더 심각하다. 최근 오승환의 직구 구속은 140km 초반대에 그친다. 던지면 150km이던 시절은 이제 옛 일이다. 직구에 힘이 없으니, 가운데만 보고 던지던 자신감도 사라졌다. 야구를 하며 해보지 않았던 코너워크를 하려니 어렵다. 그러니 볼넷이 속출하고, 어려운 승부가 된다. KT전 배정대에게 홈런을 맞는 장면을 보면, 지나치게 바깥쪽 승부를 하다 3B1S으로 몰렸고, 어쩔 수 없이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가다 142km 직구를 통타당했다. 이제 오승환의 직구를 타자들이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요한 코너워크와 변화구 승부. 우리가 생각하는 오승환의 모습이 아니다. 물론, 흐르는 세월에 맞게 투구 스타일을 바꾸는 건 현명한 선택이다. 다만, 지금의 구위와 폼으로 삼성의 마무리 역할을 계속 맡을 수 있을지는 냉정히 생각해봐야 한다. 특별한 부상이 있는 게 아니다. 여기서 오승환이 갑자기 다시 불같은 강속구를 뿌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7월 오승환이 무너진 3경기 중 1경기만 잡았어도 삼성의 10연패는 없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